사용자 수 기준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가 글로벌 기관투자가로부터 2000억원 규모 연합 투자 유치를 목전에 두며 올해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라선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K패션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복수의 글로벌 투자기관과 본 계약 전 세부 조건에 대한 내용을 담은 투자의향서(텀싯)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에이블리에 대한 투자 의향을 밟힌 것으로 전해진 중국 알리바바그룹 외에도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싱가포르, 중동, 캐나다 등 다수 해외 기관이 참여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 라운드는 내달 중 마무리될 것”이라며 “에이블리는 이 과정에서 3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에이블리가 2030 여성을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한 점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33만명으로 국내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많다. 전체 e커머스 중에서는 쿠팡(3112만명)에 이어 2위다. 알리익스프레스(830만명), 11번가(799만명), 테무(797만명)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오픈마켓보다 사용자 수가 많다.
또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e커머스에 적용하고, 업계 최대 규모인 25억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 역시 에이블리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K셀러’로 불리는 동대문 쇼핑몰의 글로벌 판로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계약 조건 중 K셀러의 글로벌 진출 서비스를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전역과 북미 등으로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재 에이블리는 일본 여성 쇼핑 플랫폼 ‘아무드’를 통해 K셀러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에이블리는 이번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면 국내 외 사업을 대폭 확장할 ‘실탄’을 거머쥐게 된다. 에이블리는 창업초기엔 ‘계획된 적자’ 전략에 따라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2022년 영업손실은 74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3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595억원을 기록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장기간 ‘벤처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3조원 몸값을 인정받고 단숨에 유니콘 기업에 오른 건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위축된 국내 스타트업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길 기대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