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무효표 논란이 불거져 결국 의장이 선거 결과를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김기환 울산시의장은 지난달 28일 제248회 임시회를 열어 “지난 25일 열린 본회의에서 결정한 의장 선출은 무효”라며 “후반기 의장으로 이성룡 의원을 결정한 사항을 취소하고, 안수일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결정됐음을 선포한다”고 발언한 뒤 의사봉을 두드렸다.
발단은 지난달 25일 의장 선거 때 논란이 된 투표지 1장이다. 선거에는 이 의원과 안 의원이 후보로 출마했고, 재적의원 2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 결과 1·2차에 이은 결선 투표까지 모두 ‘11대 11’ 동률이 나왔다. 그런데 이 후보를 뽑은 투표지 중 기표란에 두 번 기표한 것이 1장 발견됐다.
유·무효 논란이 일자 김 의장이 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유효하다’는 해석을 받았다.
이에 ‘결선투표 결과 득표수가 같을 때는 최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한다’는 울산시의회 회의 규칙 조항에 따라 3선의 이 의원이 재선인 안 의원을 제치고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런데 본회의 종료 후 ‘울산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에 ‘동일 후보자란에 2개 이상 기표된 것’을 무효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안 의원은 이 규정을 근거로 선거 결과가 정정돼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이의를 신청했다.
결국 김 의장은 “선거 당일 선관위에 확인했지만, 다음 날 선관위에서 ‘의회 선거 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다시 확인했다”면서 “의장인 저를 비롯한 의회사무처의 미숙한 운영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지만, 결과적으로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면 안 의원 11표, 이 의원 10표, 무효 1표로 안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되는 것이 맞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사무처는 김 의장의 이날 선포에 의결 효력이 없어 기존 이 의원 당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해 논란이 확대됐다.
의회사무처는 김 의장 선언 직후 발표한 자료에서 “의장이 의회를 대표하는 것은 조직적·의전적 차원이지, 지방의회 의사를 대표할 수는 없다”며 “오늘 발언은 의원 개인으로 발언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늘 본회의에서 의장은 개의 선포 없이 발언한 것이어서, 유효한 회의로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또 의장의 발언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아 의안으로 성립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울산시의회 의결정족수는 12명인데 오늘 회의에는 8명만 참석해 의결정족수가 부족하고, 의결정족수가 부족하면 표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장과 의회사무처가 선거 결과를 놓고 정반대 해석을 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동안 후반기 의장을 둘러싼 혼란과 진통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일부터 누가 의장석에 앉을지도 모르는 초유의 상태를 예고하고 있다.
후반기 의장 당선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성룡 의원은 "후반기 의장 당선이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1일부터 의장실로 출근하겠다"고 해 양측의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의회는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선출은 물론 각 상임위 조차 구성하지 못해 앞으로 회기 일정을 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따라 당분간 정상적인 의회 운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