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내년부터 무인운전이 본격화된다. 지금까지는 자율주행 차량에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운전자가 탑승했지만, 앞으로는 '사람 없는'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리는 일이 흔해질 전망이다. 완전 자율주행 전 단계인 '원격운전'이 도입될 예정이어서다.
30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6월 초 ‘실외이동로봇 및 원격운전통행 안전성 제고를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원격운전은 차량을 무인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조종하는 시스템이다. 무인주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 등에 사람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과도기적 기술이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따른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공유 1위 업체인 쏘카는 독일계 스타트업 베이(Vay)와 손잡고 무인으로 차를 배달하고 회수하는 서비스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선보인다.
차량 무인 원격운전은 자율주행과는 다르다. 차량에 탑승하지 않은 제 3자가 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레이싱 게임을 하듯 차량을 조종하는 원격제어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베이는 지난 1월 미국 네바다 주립대와 라스베이거스 예술지구 인근에서 기아 EV6 등의 전기차를 사용자 집앞에 배송하고, 사용한 뒤에 회수해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완전 자율주행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보완적인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다니기 어려운 좁은 골목 등의 장소에서도 차량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다. 쏘카는 차량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만큼 원격 조종 기술을 활용해 유인 차량배송을 일부 대체할 계획이다.
현재 차량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를 이용하려는 이용자는 도심 주요 빌딩과 기차역 부근 등에 있는 쏘카존(4500개)을 방문하거나, 차량 이용료와 별도로 1만~2만원을 내고 ‘부름(배송)’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야한다. 부름 서비스는 기사가 차량을 고객이 원하는 집앞 등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무인으로 차량 배달이 가능해지면 차량 배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고객은 차량 반납을 위해 쏘카존을 방문할 필요가 없고, 쏘카가 보유한 차량(2만2000대)의 이용률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쏘카 관계자는 "처음부터 전국 단위 서비스를 하기는 어렵고 국토교통부가 허가할 경우 샌드박스 신청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해 보는 형태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2일 제네시스 GV80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부착한 차량이 최고 시속 50㎞로 서울 상암동 일대 3.2㎞를 다닐 수 있도록 허가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시 운행허가를 받은 승용 무인자율주행 차량이다. 이전까지는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없었다.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과 관계자는 “이 차량에도 원격 제어 기술이 일부 들어갔다”며 “자율주행차를 배송하는 라스트 마일에 활용하거나,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 고장을 일으켰을 때 제어권을 받아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자율주행차 대한 허가와 별개로 제 3자가 조종하는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게 현행법상으로는 도로교통법에 저촉되는 만큼,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려면 사전에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상은/조철오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