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이마트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을 하는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 합병해 1일 새롭게 출범한다. 마트, 슈퍼 두 업태 모두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서다. 두 회사를 합쳐 덩치를 키우면 협력사와 협상할 때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는 데다 새로운 출점 전략을 구사하기도 좋다. 통합 이마트는 내실을 탄탄하게 정비하고 외형 성장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협력사들과 계약 조건 승계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이마트 따로, 에브리데이 따로 썼던 계약서를 이마트 하나로 통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는 일부 협력사에 기존 계약 조건이 아닌 새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에브리데이 법인이 사라진 만큼 이마트의 계약 조건을 에브리데이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관건은 공급 가격이다. 공급가를 이마트와 같게 하면 에브리데이는 더 싸게 물건을 떼올 수 있다. 예컨대 농심 새우깡을 이마트는 500원, 에브리데이는 600원에 사왔다면 앞으로는 에브리데이도 500원에 사올 수 있다는 의미다.
협력사 일부는 반발하고 있다. 결국 물건을 더 싸게 달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물건을 더 많이 팔아주면 공급가를 낮추는 게 타당하지만, 이마트와 에브리데이가 구매하는 수량은 같은데 단가만 낮출 순 없다”고 했다. 이마트는 합병 후 외형을 키워 구매 수량도 더 늘릴 수 있다며 협력사를 설득하고 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게 슈퍼 가맹점 확대다.
기존 에브리데이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위주였다. 지난 3월 말 기준 231개 매장 가운데 가맹점은 채 10%도 안 되는 22개에 불과했다. 업계 1위 GS더프레시의 가맹점 비율이 75%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에브리데이는 가맹 사업주의 투자비를 덜어주기 위해 소규모 매장을 도입해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릴 예정이다. 최근 배달의민족에 에브리데이가 입점한 것도 가맹점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배민을 통해 배달 주문이 많아지면 점주는 그만큼 매출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전문점 매장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마트는 유럽의 알디, 리들 처럼 매장 대부분을 초저가 PB 상품을 채운 노브랜드 전문점을 2016년 처음 선보였다. 단기간 매장을 수백 개로 늘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컨설턴트 출신인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가 2019년 취임한 뒤 이 전략은 폐기됐다. 그는 노브랜드가 이마트의 핵심 콘텐츠인 만큼 이마트의 ‘부활’을 위해선 노브랜드 상품이 이마트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강 대표가 지난해 물러난 뒤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대표를 겸직하면서 노브랜드 전문점은 다시 주목받았다. 마트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으로 노브랜드 전문점 확대 전략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신세계 관계자는 “작년까진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