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년부터 학교명을 국립경국대로 바꿔 학생을 모집합니다. 변화를 발판으로 삼아 학교의 강점인 ‘인문학’을 특화하는 동시에 지역 의대 신설,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미래 활로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정태주 국립안동대 총장은 30일 경북 안동시 캠퍼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안동대는 ‘경북 지역 종합 국립대’라는 뜻의 ‘경국대’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도립대와의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30 사업에 선정돼 양교 통합의 첫발로 교명을 바꾼 것이다.
정 총장은 이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단순히 장학금을 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 학교만 갖춘 콘텐츠로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문학에 강한 학교정 총장은 글로컬 대학으로서의 목표를 인문학이 강한 학교로 잡았다. 글로컬 사업에 참여하면서 표어도 ‘경북 발전을 선도하는 K인문 세계중심 공공형 대학’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한국국학진흥원과 인문 융합 교육을 개발하고 공공 연구기관과 교육·연구를 공동 운영할 계획이다. 인문계열 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등장하는 등 인문학의 위기를 염려한 행보다. 안동대는 인문학이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문화유산학과(옛 민속학과)는 학교의 BK21(두뇌한국)사업을 이끌고 있다. 안동대 출신 교수의 비중이 가장 높은 학과기도 하다. 정 총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주도한다고 하지만 인간 본연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학문이 발전해야 한다”며 “국립안동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인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 인재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정 총장은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안동대에서 전기·신소재공학부 교수를 지낸 공학 석학이다. 그는 “학생·학부모 과반수가 의대에 가길 원하는 세상”이라며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통해 ‘과학자도 잘살 수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인재를 키우기 위해 ‘융합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생명과학과 공학, 농학, 의학을 따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합쳐 융합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학습 선택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의대 신설·유학생 유치에 의지경북 지역에 국립의대를 신설하는 것도 정 총장의 관심사 중 하나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살펴보면 경북은 1.39명으로 세종(1.29명)에 이어 전국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2.2명)이나 서울(3.47명), 대구(2.62명) 등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동국대(WISE) 의대가 있긴 하지만 본과 3학년 때부터 일산에 가서 지내 사실상 경북에 정착하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정 총장은 “정부가 열어가려는 지방 시대의 근간은 교육과 의료인데 경북은 둘 다 취약하다”며 “대구에 의료 인력을 늘려도 경북에 나타나는 낙수 효과는 미미한 만큼 도 단위에서도 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안동대는 포스텍, 금오공대 등과 함께 ‘경북형 초청장학제도(K-GKS) 수학 대학’에 선정됐다. K-GKS는 이공계 석박사 과정 학생을 경북에 유치해 인재를 양성하고 경북 내 우수기업에 부족한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동=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