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보다 빚이 많아 재산분할 없이 이혼했다면 퇴역연금 분할도 불가능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분할연금 일시금 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배우자 B씨와 2004년 3월 결혼하고 2018년부터 이혼소송을 진행해 이듬해 2월 법원에서 이혼 선고를 받았다.
B씨는 2022년 2월 공무원연금공단에 A씨의 퇴직연금 6100만원을 분할한 1500만원의 분할연금을 미리 청구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를 승인하고 A씨에게 통보했다.
공무원연금법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퇴직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와 이혼해 65세가 된 경우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65세 전에 이혼하는 경우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는 때부터 분할연금을 미리 청구할 수도 있다.
A씨는 "이혼 사건 판결에서 퇴직급여를 포함한 적극재산 총액을 소극재산 총액이 초과한다는 이유로 B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한 가정법원 판단은 공무원연금법에서 규정한 '연금 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 해당해 이후 이뤄진 B씨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혼 소송 판결에 따라 B씨는 더 이상 A씨의 퇴직연금 등에 관해 이혼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확정됐다"며 "명시적인 문구가 없더라도 분할연금도 모두 A씨에게 귀속시키기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퇴직연금에 대한 B씨의 재산분할 청구가 기각됐음에도 다시 분할연금 청구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그 기각판결의 이유에 비춰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