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첫 TV 토론에서 맞붙었다. 4년 만에 재대결을 벌인 두 후보는 경제와 이민, 전쟁, 낙태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갔다. 상대를 향해 ‘패배자’나 ‘최악의 대통령’ 같은 격앙된 표현을 써가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트럼프 한 일 없어” “바이든 경제 죽여”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CNN 애틀랜타 스튜디오에서 만나 악수도 하지 않고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다. 첫 주제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문제였다. 사회자가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라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추락하는 경제를 넘겨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는 재임 중 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나는 그가 남긴 혼란을 정리하고 8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아직 할 일이 더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만든 일자리는 모두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라며 “그는 인플레이션에 형편없이 대응했고 그것이 미국을 완전히 죽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만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감세를 했고 허버트 후버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재정적자를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이 있었는데 바이든이 국경을 개방해 다른 나라의 범죄자와 테러리스트가 미국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 관리를 강화한 최근 행정 조치를 언급하며 “현재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가 40% 줄었다”며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났을 때보다 상황이 더 개선됐다”고 반박했다.○‘최악의 대통령’ 난타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물고 늘어졌다. 그는 “이건 시작되면 안 됐던 전쟁”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만 아니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옛 소련 시대의 영토를 재건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 범죄자”라며 “우리가 현 상황을 인정하면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에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반문했다.
두 후보는 여성의 낙태권을 놓고도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되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형태로 법과 제도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 주(州)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강간과 불륜 등에 따른 예외적 형태의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고 선회했다. 또 대선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해 “공정한 선거라면 당연히 인정하겠다”고 조건부 승복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이 징징거리는 투덜이여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그가 승리하면 더 이상 미국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깎아내렸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응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 ‘호구’라고 부른 것을 상기시키며 “당신이 패배자이고 호구”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당장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CNN이 이날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 565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는 ‘트럼프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더 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