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국에선 ‘전자설계자동화(EDA) 대란’이 터졌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따라 미국 EDA 소프트웨어(SW)를 쓸 수 없게 되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가 올스톱됐다. 급기야 지난해 5월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의 자회사인 저쿠가 팹리스 사업에서 철수했다. 미국 EDA를 쓸 수 없어 사업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는 게 저쿠가 밝힌 사업 철수 이유다.
그 후 중국은 독자 EDA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EDA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금 중 일부를 정부가 대고 인재를 키우는 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현재 중국은 ‘EDA 독립’의 문턱에 와 있다. 세계 최대 EDA 기업 시놉시스 엔지니어 출신인 양샤오둥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화다주톈과 같은 스타 기업도 등장했다.
최근 화다주톈을 필두로 한 중국 EDA 업체들은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라이선스 1개를 구매하면 다수의 라이선스를 무료로 주거나 초기에는 아예 라이선스 비용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중국 기업까지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초기 단계인 국내 EDA 업체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