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8일 17: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매각했으면 하죠."
과거 삼성중공업을 바라보는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반응은 이랬다. 이 회사는 그동안 그룹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2015~2022년 누적으로 6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계열사들이 '자금 뒷바라지'에 나섰다. 한화그룹에 매각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삼성물산, 삼성E&A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달라진 변모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해외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줄줄이 매입하면서 '몸값'도 치솟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이날 삼성중공업 지분 5.05%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GIC는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 지분 1%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보유 지분을 차츰 늘리다 지난 24일에 삼성중공업 주식 67만2627주를 60억원에 사들이면서 지분 5.0%를 넘어섰다. GIC가 삼성중공업 지분을 5% 이상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IC가 현재 지분 5% 이상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LIG넥스원(보유 지분 6.4%)과 레이(6.1%) 등이다.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주주 비중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주주의 보유 지분은 지난해 말 19.8%에서 지난 24일에는 27.4%로 늘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삼성중공업에 제작을 맡긴 해양플랜트를 찾아가지 않거나, 인수 시점을 늦추면서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여기에 선박 '수주 가뭄'도 겹쳤다.
손실이 불거지자 삼성 계열사를 통해 겨우 위기를 넘겼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11월(1조1409억원)과 2018년 4월(1조4088억원), 2021년 11월(1조1000억원)에 이어 세 차례에 걸쳐 3조7000억원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SDI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와 일반주주로부터 수혈받았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이 회사를 한화그룹이나 해외 업체에 매각한다는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2022년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친환경 선박 수주가 몰리는 데다 선박 가격도 치솟으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2333억원을 올렸다. 2014년 이후 9년 만에 흑자전환이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로 각각 9조7000억원, 4000억원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LNG프로젝트에 참여해 2조원 규모의 부유식 액화 천연가스 설비(FLNG)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회사 '몸값'도 치솟고 있다. 최근 1년 새 주가가 40.96%나 올랐다. 여기에 GIC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가 이 회사 주식 매수세에 동참했다.
김익환/김형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