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되면 물놀이 사고 소식이 잇따른다. 행정안전부가 2018∼2022년 여름철(6~8월) 물놀이 안전사고 사망자 136명을 분석했더니 안전 부주의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영미숙(41명), 음주수영(22명)도 비교적 많았다. 여름 휴가철이면 술로 인해 사망 사례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28일 "술을 마시고 취기 탓에 대수롭지 않게 물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술 마시고 물놀이를 하면 신체에 흡수된 술이 손발 등의 운동신경을 다스리는 신경세포에 영향을 줘 운동능력과 평형감각이 무너져 부상이나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름엔 다른 계절에 비해 취기가 빨리 오르기 쉽다. 더위 탓에 체온이 상승하면 인체 혈관이 확장돼 알코올 흡수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여름엔 다른 시기보다 더 음주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술을 마시면 몸속에 흡수된 알코올이 소뇌에 작용해 균형감각을 잃어 보행 장애가 일어나기 쉽다. 체내 알코올 농도를 높아지고 소뇌가 수축하면서 균형감각 이상을 초래한다. 뇌 중추신경계에 진정 작용을 일으켜 반사 신경을 둔감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물 속이라면 바위 등에 부딪혀 다치기 쉽다. 판단력이 떨어져 절도나 성추행 등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가 술을 마시면 팽창된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혈압이 급상승해 부정맥,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전 원장은 "무더운 여름철 잠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술을 찾아 마시는 일이 많다"며 "여름철 음주는 열사병, 일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을 높이는 데다 깊은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인 만큼 피서지 음주는 가급적 피하는 게 건강엔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