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 韓과 경협 확대 기회…재건 시급한 우크라로 오라"

입력 2024-06-28 11:20
수정 2024-10-06 16:08


“유럽 역사상 전례 없는 파괴를 경험한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건설 현장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오히려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 경제 협력은 더욱 강화할 거라 믿습니다.”

매출 기준 우크라이나 4위 로펌인 에이큐오(AEQUO)의 안나 바비치, 율리아 키르파 파트너변호사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에이큐오는 소가가 560억달러(약 78조원)로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사 분쟁 사건이었던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과의 소송에서 자국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스의 법률 대리를 맡아 860억달러(약 119조원)의 비용 절감을 이끌어 내며 주목받았던 로펌이다. 지평과는 2008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다 작년 11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업그레이드했다.



에이큐오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현지에 발생한 피해 규모를 약 4000억달러(약 557조원·2023년 기준)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 한 해 동안에만 주요 인프라 복구에 150억달러(약 21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예상 대비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복구가 시급한 일부 지역에선 재건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개전 직후 파괴됐던 수도 키예프의 드니프로-1 다리의 복구가 완료된 것이 대표적이다. 여러 한국 기업이 현지 재건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건설이 우크라이나 최대 공항인 키예프 보리스필 국제공항 재건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삼성물산도 서부 최대 도시인 리비우에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네이버는 3차원 매핑 기술을 활용, 키예프와 같이 피해가 큰 도시의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 가상 세계)을 만들어 스마트시티 개발의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키르파 변호사는 최근 북러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데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면서도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설 것으로 기대돼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식적인 종전 없이 한반도와 같은 상태로 갈 확률이 크다고 본다”며 “같은 전쟁의 역사를 겪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에이큐오는 국토교통부 산하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며 한국 기업들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돕고 있다. 주택, 에너지, 도로교통, 의료, 교육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재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방산업과 관련, 키르파 변호사는 “우크라이나는 드론이나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신기술을 시험해 보는 데 최적의 테스트 베드”라며 “여러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벤처 자금이 몰리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업에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토지 사용 우선권과 최대 5년간의 소득세 면제, 필요 장비 수입시 관세 면제 등을 보장하는 ‘투자 유모’(Investment Nannies)법이 대표적이다. 애초 투자 금액이 2000만유로를 넘고 8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지원 대상이었지만, 작년 8월 법을 개정해 1200만유로, 10~50개로 문턱을 낮췄다.

다만 외국 기업의 토지 소유는 여전히 제한된다. 장기 임대하거나 임대 계약을 가진 현지 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이 최선이다. 바비치 변호사는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고, 마지막 산업 부문별 협상 단계만 남겨 놓고 있다”며 “최종 가입을 위해선 외국인에게 농지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필수 조건인 만큼 EU의 규제 수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토지 개혁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현지 재건 사업에 투자할 땐 별도 자회사를 세우거나 지사를 두는 방식이 가능하다. 에이큐오는 자회사 설립이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바비치 변호사는 “별도 법인을 세우면 회사 운영이나 거래 계약 등을 맺는 데 있어 제약이 덜한 편”이라며 “설립 절차도 더욱 수월하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