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의 탄핵을 추진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교체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현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오는 8월 12일 종료된다. 방문진은 MBC 사장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가 ‘2인 체제’(김홍일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에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건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탄핵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었고, 박수와 함께 “잘했다”는 격려가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추천한 인사들로 방문진 이사진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방송 3+1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을 초고속으로 추진해 왔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친야권 성향 언론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방통위법은 방통위 회의 개최를 위한 정족수를 현행 2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방통위는 정원이 5명이지만 현재 위원장과 부위원장 2명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민주당은 ‘방송 3+1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방문진 이사 교체를 막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공영방송 임원의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관련 법령을 준수해 임원 선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기습 탄핵’을 통해 방문진 이사 교체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김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탄핵 심판까지는 최장 180일 걸린다. 현행법상 방문진 이사 추천 등을 위한 방통위 회의 소집은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거나 위원장 단독으로 가능하다. 김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면 회의 소집 자체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MBC·KBS·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하기로 했다. 탄핵안 처리로 김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기 전에 이사 선임 계획을 처리하기 위해 전체회의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언론관을 가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이며, 궁극에는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언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목적 단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재영/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