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죽을지 물으며 어떻게 살지 답을 얻는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선고를 받은 뒤 “눈앞에 다가온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고 말했다. 죽음을 떠올리는 일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일과 같다.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 명예를 드높이는 것? 언젠가 사라지고 말 육신에 돈을 채우면 얼마나 채우겠는가. 명예가 드높다고 한들 세월 지나면 빛바랠 묘비에 이름 석 자 겨우 남길 뿐 아닌가.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성공과 행복도 찰나처럼 스쳐가는 바람 같은 것일 뿐이다.
물질도 명예도 아니라면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처럼 “진정한 성공이란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의 인생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남기고 떠나는가로 평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존재는 우주와 생명의 장대한 역사가 빚어낸 경이로운 결실이다. 동시에 우리는 유전적 연속성의 한 부분이자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로 존재한다. 이는 권리와 함께 큰 책임을 부여한다. 그 책임은 우주로부터 받은 소중한 선물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최대한 많이 살아야 할 이유다.
우리는 ‘세 번 태어나는’ 존재다. 먼저 육신으로 태어난다. 다음은 모두 연결된 존재라는 이치를 깨달음으로써 다시 한번 태어난다. 마지막으로 죽음 이후 세상에 남긴 정신적 가치를 통해 또 한 번 태어난다. 후대의 삶을 밝히는 등불이 돼줄 정신을 남김으로써 우리는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삶을 산다.
육신은 유한하지만 정신은 무한하다. 정신으로 깃든다면 죽음은 인생의 종료가 아니라 완성이 된다. 우리는 우연히 지구 행성에 태어나 필멸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지만, 동시에 뒷사람에게 이정표가 될 불멸의 가치를 남길 수 있는 존재기도 하다. 세상을 조금 더 밝고 맑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삶의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경영자에게 삶의 무게는 더욱 각별하다. 주어진 능력이 클수록 져야 할 책임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이다. 경영자의 책무는 사람을 키움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구성원 개개인이 지닌 잠재력이라는 씨앗을 발견하고, 그 씨앗이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책무를 수행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름답게 꽃피우며 아름드리나무로 자랄 때 기업은 물론 사회의 미래도 함께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