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철도를 이용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까지 화물을 실어나르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수송 루트 확보를 바탕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업무 효율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가철로그룹유한공사(CR) 본사에서 유진방 회장과 만나 유라시아 화물운송 협력 강화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CR은 중국 철도의 운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의 중국 대표 회원사로서, 유라시아 횡단철도 중국노선(TCR)의 운영을 맡고 있다. 코레일과 CR은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철도 운송노선의 경쟁력 강화와 물동량 증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코레일이 TCR과 연계해 추진 중인 국제복합운송 열차의 선로 우선 배정 등에 대해 협의하고, 통관 절차 지연 등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로 한 게 눈에 띈다. 코레일은 CR과 함께 중국 장쑤성 연운항에서 중앙아시아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블록트레인 방식’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문희 사장은 MOU를 기념해 전날 연운항 철도수송 물류기지에서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 기념행사를 열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품을 싣고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55칸짜리 블록트레인 컨테이너 열차를 환송하기도 했다. 24일 동안 약 7000㎞를 이동해 다음달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이번 운송 프로젝트는 지난 13일 경기 의왕 오봉역에서 시작됐다. 자동차 부품과 가전제품, 타이어 등 수출품을 국내 철도를 이용해 부산항까지 옮겼다. 부산항에서 연운항까진 뱃길로 물품을 날랐다. 연운항에 내린 이 물건들을 다시 화물 열차에 태워, TCR을 타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까지 이동하는 루트다.
코레일은 국내 철도와 대륙철도 구간에서 각각 복합운송 전용 정기화물열차 운행을 추진하고, 구체적 업무절차도 표준화할 계획이다. 정기화물열차가 운행하면 국내 기업은 안정적인 수출 루트를 확보하게 된다. 코레일에 제출하는 표준운송장 하나로 국내 출발지부터 해외 최종 목적지까지 효율적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어서다.
코레일 관계자는 “바닷길과 중국 철도 등의 루트를 이용한 화물 운송방식은 기존에도 사용되고 있었다”면서도 “그동안 중국 화물열차 배정이 지연되는 등 연결이 잘 안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번 MOU를 바탕으로 운송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물동량이 집중되는 특정 시기엔 열차 배정 지연이나 국경역 통관심사 지연 등으로 일정이 최대 6개월 밀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문희 사장은 “이번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은 한국과 중국 철도 협력의 큰 성과물”이라며 “(CR에) 대한민국 물류가 차질 없이 우선적으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