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달라는 대로 줘야죠"…서울 세입자들 한숨

입력 2024-06-27 14:00
수정 2024-06-27 16:21

서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벌써 1년 넘게 오름세다. 세입자들이 많이 찾는 단지는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고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계약이 맺어지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대기 수요는 주변 단지로 퍼져나가면서 가격을 더 밀어 올리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19% 올라 전주(0.17%)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22일)부터 오르기 시작해 벌써 58주 연속 뜀박질을 하고 있다.

은평구 전셋값이 0.35%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래미안베라힐즈' 전용면적 84㎡는 지난 13일 7억6000만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15일만 해도 6억7000만원에 신규 계약을 맺었는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같은 동에 있는 '북한산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 9일 6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난달 같은 면적대가 5억5000만원(15일)까지 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며칠 사이 7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성동구(0.3%) 전셋값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84㎡는 지난 7일 11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어 지난 4월 맺어진 전세 계약 9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원 뛰었다. 금호동4가에 있는 '브라운스톤금호' 전용 84㎡는 지난 11일 8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달 최저 전셋값인 7억7000만원(24일)보다 8000만원 올랐다.

이 밖에도 중구(0.29%)는 신당동과 황학동을 중심으로, 마포구(0.28%)는 도화동과 아현동에 있는 주요 단지에서 전셋값이 뛰고 있다. 종로구(0.26%), 동작구(0.24%), 구로구(0.22%), 관악구(0.21%), 영등포구(0.2%), 강서구(0.18%) 등도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지역 내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할 수 있는 전세 물건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집주인이 희망하는 가격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요가 인근 단지로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셋값이 뛰자 집값도 강세다. 이번 주 서울 집값은 0.18% 상승해 전주(0.15%)보다 더 올랐다. 성동구(0.38%)는 행당동과 옥수동에 있는 주요 단지에서 가격이 뛰었고 용산구(0.31%)는 이촌동과 문배동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했다. 마포구(0.31%)는 공덕동과 염리동 대단지에서, 광진구(0.29%)는 구의동과 자양동에 있는 단지 가격이 상승했다.

서초구(0.29%)는 서초동과 잠원동에 있는 대단지에서, 은평구(0.23%)는 응암동과 진관동 중소형 규모를 중심으로 올랐다. 영등포구(0.2%), 송파구(0.2%), 강서구(0.18%), 강동구(0.18%) 집값도 뛰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집값이 오른 이후에도 호가가 지속해서 뛰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방 집값은 0.05% 내렸다. 5대 광역시는 0.07% 내려 전주와 같은 하락 폭을 기록했고 8개도는 0.04% 떨어져 전주 대비 낙폭이 더 커졌다.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지방 전셋값은 0.03% 떨어져 전주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5대 광역시(-0.02%), 8개도(-0.03%) 등도 전셋값이 내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