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표기 오류시 최대 2배 이상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재발의되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과거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삼았으나 이를 최소화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확률형 아이템 거짓 표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게임사의 고의·과실에 의한 공급 확률정보 미표시 혹은 거짓 표시로 인해 게임 이용자의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게임사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사는 최대 2배까지 징벌적으로 배상해야 하고 고의와 과실이 없다는 점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올해 3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제가 시행된 이후 국내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일례로 12일 출시된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PUBG) 뉴진스 협업 콘텐츠 출시 직후 확률 정보 오류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크래프톤은 게임 속 공지된 확률정보 하단에 '4번의 누적 시 세트 도안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 5회째 누적 도전 시 세트 도안을 100%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는 이른바 '불운 방지' 시스템을 안내했다.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서 5개 이상의 최고급 꾸러미를 구매하고도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게임 내 일부 관련 UI에서 해당 불운 방지 문구가 잘못 출력된 부분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사과했다. 크래프톤은 이날 공식 카페를 통해 환급 및 보상 시스템 업데이트 일정을 공유했다.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와 웹젠의 '뮤 아크엔젤',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잘못 기재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3월 나이트 크로우의 캐릭터 성능 강화에 쓰이는 '조화의 찬란한 원소 추출'의 아이템 확률 정보를 잘못 표기했다. 웹젠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화 하루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뮤 아크엔젤'의 일부 아이템 확률 정보 오류 발견 사실을 공지하고 환불을 진행했다. 그라비티 역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아이템 100여 개에 대한 확률 오기재 사항을 정정하고 공지사항을 통해 보상 절차에 대해 안내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게임 업계들은 확률형 아이템 최소화를 강조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엔엑스쓰리게임즈가 개발한 신작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로드나인'을 다음달 12일 정식 출시한다면서 인게임내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재 엔엑스쓰리게임즈 PD는 지난달 31일 로드나인 미디어 시연회를 열고 "MMORPG 장르가 확률형 게임으로 변질하며 과금 레벨이 너무 높아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로드나인의 BM(과금 구조) 지향성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로드나인 확률형 뽑기는 아바타 1종만 존재하며 아바타 뽑기의 경우 선별 소환을 도입해 특정 뽑기 횟수에 도달하면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경험치 획득량을 높여주는 유료 버프나 캐시 장비, 패키지 판매도 하지 않는다.
위메이드 또한 지난 5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차기작 '미르5'의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관호 위메이드 회장은 당시 "‘리니지라이크’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뽑기 시스템은 국내에선 매출이 나오지만 글로벌에선 성과의 허들이 될 수 있다. 미르5는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할 것이며 아예 하지 않을 생각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출시한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도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했다. 엔씨는 오는 9월 패스시스템과 게임 내 꾸미기 아이템을 주 BM으로 삼은 TL 글로벌판을 정식 출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의무화에 따른 법안이 개정되면서 업계에서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특히 많은 게임사가 해외시장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시즌별로 운영하는 '패스'(기간 한정 정액형 상품) 위주로 구성하거나 계절성 아이템, 패키지 판매 등으로 수익원을 확대해 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