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유럽연합(EU) 환경 규제에 따른 비용 증가로 내년부터 항공권 가격을 최대 72유로(약 1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루프트한자는 내년 1월 1일 이후 27개 EU 회원국과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에 최소 1유로에서 최대 72유로의 추가 요금(유류할증료)을 매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상분은 노선과 좌석에 따라 달라진다. 단거리 및 중거리 항공편은 7유로를 넘지 않을 예정이다. 장거리 항공편은 비즈니스 좌석이 18~36유로, 일등석이 최대 72유로 인상된다. 이 가격은 26일 발권하는 항공권부터 적용된다.
루프트한자는 이번 인상이 EU 환경 규제로 인한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유럽발 항공편 연료에서 지속가능항공유(SAF)의 비중을 내년 2%, 2035년 20%, 2050년 70%까지 늘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친환경 재료로 생산한 SAF는 등유가 주성분인 기존 항공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감축할 수 있지만 가격이 더 비싸다. 루프트한자는 이 기준을 맞추려면 앞으로 몇 년간 수십억유로(수조원)를 쏟아붓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형 항공기도 들여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루프트한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EU) 규제로 인한 추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네덜란드 합작사인 에어프랑스-KLM도 SAF 도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2022년 1월부터 최대 12유로(약 1만8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에어프랑스-KLM은 루프트한자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항공산업은 탈탄소화가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라며 “수조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항공사들의 잇따른 요금 인상이 해외여행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