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택 급증으로 하자 보수와 유지 같은 아파트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택관리 업체는 출혈 경쟁에 내몰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선 주택 관리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26일 부동산업계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일본 최대 맨션관리 회사인 일본하우징의 경영자인수(MBO)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총인수액은 940억엔(약 8930억원)이다. 골드만삭스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 고령 입주민 대상 서비스, 관리 대상 건물 유형 다각화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주택관리업계도 양적으론 커졌다. 연간 국내 공동주택 관리비 규모는 2015년 15조9247억원에서 작년 27조7824억원으로 불어났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율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반면 질적 성장은 더디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입주민이 재건축 추진에 초점을 두면서 주택 유지에 관심이 낮았다”며 “주택관리 업체 선정 때 사실상 최저가 낙찰제와 출혈 경쟁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위탁관리 수수료는 전용면적 ㎡당 8원이다. 전체 일반관리비(㎡당 471원)의 1.7%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아파트 가구가 매월 내는 위탁관리 수수료는 평균 800원 이하다. 지난 10여 년간 제자리걸음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관리업체는 2020년 585개에서 2022년 552개로 줄어들었다.
노후 주택이 증가하면서 관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비율은 2015년 5.7%(70만441가구)에서 2022년 15.3%(231만3450가구)로 대폭 늘어났다. 낮은 사업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건축 사업에 집착하기보다 아파트를 오랫동안 잘 유지·보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주택관리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과 달리 국내는 공동주택이 대형화돼 있는 데다 단지에 관리소장 등 상주직원이 있어 입주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훨씬 유리한 환경”이라며 “주택 관리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