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한 남성이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 24일 BMW 공식 딜러로 근무 중인 임 모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밀양의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자로 오해받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임씨는 "그것을 증명하고자 법을 어기는 각오로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한다"며 "해당 범죄수사경력회보서는 실효된 형을 모두 포함하며 제출이나 게시했을 때 징역 2년 이하의 벌금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된 영상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영상에 같이 언급된 신○○은 회사 선후배 관계로, 제가 입사했을 당시 선임 직원이었다"며 "같은 지역 출신에 같은 나이여서 회사 생활하는 동안 선후배로 함께 지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해당 사건 발생 시점에는 전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었고 알고 지내면서 제가 존대를 하는 사이였다. 이것이 신○○과의 관계에 대한 전부다"라고 범죄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제가 원망스러웠다. '아빠'하고 뛰어나오는 두 딸을 보면 계속 눈물이 났다"며 "그때마다 가족들, 친구들, 선후배님들 모두 큰 힘이 돼줬다. 심지어 회보서를 조회해 주시는 담당 경찰관도 힘내라며 제 등을 토닥여주셨다. 이러한 응원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고 입장문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임씨는 "저와 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해서 법적 대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저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변호사 수임료를 초과하는 벌금에 대해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기부하겠다"고 부연했다.
임씨가 공개한 범죄·수사경력 회보서에는 그의 이름과 1986년으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조회 결과 해당 자료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한 유튜버는 "임 씨는 사건 '다'에 해당한다"며 "판결문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에는 "피의자 임○○는 2004년 5월 3일 생일 파티를 구실로 피해자 등을 밀양으로 부른 후 겁을 주는 등 위력으로", "△△공원에서 인적이 드문 원두막 부근 땅바닥에 피해자를 눕히고 옷을 벗긴 후 위력으로 1회 간음하고"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는 판결문이 아닌 불기소 이유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 1월 울산지검은 임씨에게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고소인의 적법한 고소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이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유튜버가 '공소권 없음' 앞 장의 혐의 내용만 소개하며 마치 판결문을 통해 그의 혐의가 인정된 것으로 오인되도록 한 상황이었다.
한편 20년 전 경남 밀양시에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난 것과 관련해 밀양시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25일 오후 밀양시청 2층 대강당에서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공동 사과문을 대표로 낭독한 안병구 시장은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 시장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며 "모두 우리의 불찰이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도시 시스템 재점검, 범죄예방 등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해 성폭행한 일이다. 이달 초부터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가해자들 신상이 공개되면서 당시 사건이 재주목받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