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식 감독 "5억으로 만드는 작품도 있고, 400억으로 만든 작품도 있고" [인터뷰+]

입력 2024-06-26 12:10
수정 2024-06-26 12:11


신연식 감독이 자신의 '천성'과 '관성'에 대해 말했다.

신연식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종영 인터뷰에서 "저의 천성과 관성대로 살아와서 작품을 해왔다"며 "다른 감독들도 목적을 갖고 작품을 하겠지만, 저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대해 탐구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작품의 엔딩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이런 부조리를 짚어주고 끝난다"며 "대작을, 독립영화를 이번에 해야겠다, 이렇게 선택한 건 아니다.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때 송강호 선배님이 필요할 때 있고, '동주'처럼 5억원으로 하는 게 더 좋을 때가 있고 그렇다"고 덧붙였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 분)이 만나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송강호의 첫 드라마이자 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삼식이 삼촌' 각본과 연출은 영화 '동주'의 신연식 감독이 맡았다. '러시안 소설', '페어 러브', '카시오페아' 등 하나의 문학작품 같은 영화를 만들어온 시네아스트로 꼽힌 신연식 감독이 시리즈 작업에 도전했다.

신 감독은 "'삼식이 삼촌'도 천성과 관성에 대한 드라마"라며 "삼식이는 주인이 마음에 안 들면 자신이 주인이 된다고 생각 안 하고, 또 다른 주인을 찾는다. 그게 삼식이의 관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드라마를 '누가 범인이야'라고 보면 지루해지고, 천성과 관성의 관점으로 보면 재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신연식 감독과 일문일답

▲ 이제 대장정의 마무리다.

영화는 언론배급 끝나고 인터뷰하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다. 희한하다.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차이랄 건 없을 수 없는데, 뭐가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분명 다른 게 있다. 분명 다른 맛인데 그걸 설명하기 힘들다. 기분도 다르고 뭔가 다르다. 작품의 공개될 때 어느 정도 긴장이나 이런 감정이 드는데,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반응을 살피는 부분도 다른 거 같다. 영화도 극장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OTT는 채널이 정해져 있어서 달랐다. 재밌었다.

▲ 제작 과정은 어떤 게 달랐을까.

영화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캐스팅하고 투자가 되는데, 드라마는 대본이 다 안 나온 상태에서 캐스팅과 투자가 된다. 대부분이 그렇다.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10부작 기준으로 4부까지 들어가서 촬영이 들어갔다. 캐스팅할 때에도 배우들에게 '당신 죽을 거야, 아마 언제 죽을 거 같아'라고 말로 하고, 캐릭터가 어떻게 될 건지 설명을 해야 했다. 진기주 씨도 기자가 되는 걸 모르고, 오승훈 배우에게도 후반부에 어떻게 될지 말로 설명해줘야 했다. 촬영하면서 대본을 쓰는 게 달랐다. 그게 힘들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대본을 쓰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그래도 배우들과 소통하며 앞으로 찍을 장면의 대본을 쓰는 건 장점이 됐던 거 같다.

▲ 큰 기대를 모았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 결과를 생각하고 작품을 하진 않는다. 전 저만의 선명한 목적이 있으니까. 아직 작품에 대한 반응을 다 하진 못했다.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 다만 지금은 제가 하고자 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고, 그것만으로도 벅차다.

▲ 실제 역사를 비틀어서 혼란된 부분이 있다.

실존 인물을 지칭하진 않는데, 배경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캐릭터는 허구다.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긴 하지만 실명을 쓸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중간 지점을 찾은 거다. 선거 포스터나 이런 부분에서 한자로 디자인했을 때 가장 비슷하게 가거나 하는 방식으로 택했다.

▲ 가상의 인물 삼식과 김산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저만 그런 건 아니고 이 세상 모든 감독들의 직업병 같은데, 배우들을 보며 힌트를 얻기도 한다. 그들을 그대로 투영했다는 건 아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어떤 걸 쓰고, 제가 가진 뭔가를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송강호 선배를 처음 뵀을 때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왔을 대였다. 당시 제 인생의 바닥이었다. 변요한 씨와 만날 때도 그의 삶의 계절이 있고, 저의 것이 있었다. 첫 만남에선 각자 살아온 삶의 바람이 있어서 사소한 것도 의미심장하게 들리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지 않나. 그런 분위기, 뉘앙스를 투영하려 한 거 같다.

▲ '삼식이삼촌'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했을까.

송강호 선배나 저나, '드라마를 해보자' 이런 건 아니었다. 다들 성향이 취미가 없다. 골프도 안 친다. 만나면 작품 얘기 밖에 안 한다. 이런저런 작품 얘길 하면서 다섯편씩 말을 한다. 그러다 보면 현실에서 만드는 작품이 나오는 거다. '삼식이 삼촌'도 그렇게 말이 나왔던 작품 중 하나였다. 언제 어느 순간 얘길 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그런데 얘길 했을 때 자연스럽게 긴 얘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 '삼식이삼촌'은 왜 송강호였을까.

'삼식이삼촌'을 썼을 때, 여러 캐릭터를 얘기하고 했지만, 송강호였다. 저 역시 관객 입장에서 송강호라는 배우가 갖는 다채로운 면모를 보고 싶었고, 의심할 필요가 없는 배우였다. 그런 페이소스를 선배님이 해주셨으면 했다. 그런 부분을 기대했다. 섭외가 쉬운 배우는 아니다. 전작을 했지만, 전작을 했다고 되는 배우지 않나.

▲ '거미집'부터 이후 차기작 '1승'까지 송강호와 함께하게 됐다.

어쩌다 보니 연달아 했지만, 취미도 없고, 성격도 비슷하다. 결국 천성과 관성인데, 하다 보니 이렇게 왔다.(웃음) 배우와 감독이 만나는 건 서로 의지가 있어서 되는 건 아니다. '같이 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진짜 돼야 하는 거다. 감사하게도 연달아 하게 된 거고, 덩달아 좋은 배우들과 인연이 된 것도 호사 같다.

▲ '삼식이삼촌'은 10부작이었지만, 16부작으로 늘어났다.

인물이 나오고, 시대적 배경도 낯설고, 저도 동의하에 늘어나게 됐다. 사실 영화는 늘 줄이는 것만 한다. 드라마니까 그게 가능한 거 같다. 영화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와 드라마의 변수가 다르구나 싶었다.

▲ 연기 '맛집'이었다. 연기 직관 중 가장 놀라운 지점이 있었을까.

모든 배우들이 그랬다. 특히 삼식이는 하루에 세끼만 주면 뭐든 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그게 김산을 통해 깨지고 하는 거다. 그 장면을 할 때 송강호 선배님이 30초 정도 대사 없이 연기해 달라고 했다. 그런 장면을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드렸다. 변요한 씨 같은 경우엔 본 모습과 다른 부분을 김산이 삼식이에게 고백하는데, 그런 사람의 다양한 위선적인 면을 잘 표현해준 거 같다.

▲ 연기력이 인증된 배우들 뿐 아니라 신인 배우들도 대거 기용했다. 특히 티파니 씨의 경우 경험이 많지 않았다.

티파니 씨는 가장 나중에 캐스팅됐다. 다들 뜨거운 배우라 그렇게 뜨겁지 않다면 데워서 나가야 하는 분위기였다. 티파니 씨의 경우 소녀시대를 10년 넘게 하는 열정, 뜨거움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변요한 씨나 다른 배우들이 도와준 것도 있고, 영어 대사에는 도움도 받았다. 지현준 배우나 이런 신인 배우들은 저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도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연기자들 사이에선 이름이 있는 사람들이라 확신이 있었고, 잘 해냈다. 신인이라 하기 뭐하지만 구성환 배우도 MBC '나 혼자 산다' 속 모습이 실제 모습이다. 시대극 속 건달 이미지가 있는데, 좀 다르길 바랐다. 시대 상황 때문에 건달이 됐을 수 있고, 격동기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온전히 선택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그런 삶을 생각했다.

▲ 플랫폼이 미국 기반인 디즈니 플러스라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을 거 같다.

제가 작품을 하는 이유와 목적은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인데, 실제로 제가 살아가는 고통의 원인을 규명하고 찾고 싶어서 한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규명이 되는 분이 있다. 꼭 한국의 근현대사라서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쌓여 한 사회가 됐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이렇게 작용하는구나'로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

시대극은 확실히 돈이 많이 든다. 70년대보다 시대가 올라가면 다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들어간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오픈 세트를 연속해서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이유와 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장면이 4.19가 터져서 시민들이 개개인의 천성과 관성이 쌓여서 상상도 못 하게 나오는 모습이다. 그 앵글이 제가 이 작품을 한 목적에 부합하는 장면이다.

▲ 좀 더 쉬운 시간순 전개를 보일 수 있었을 텐데, 보기 어려운 전개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

16부를 다 보고 1부를 다시 보면, 벙커에서 하는 모든 말은 진실이다. 삼식이는 죽을 줄 알고 온 사람이고, 김산이면 여차하면 죽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온 거다. 장르적 재미라기보단, 자기 삶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이들도 각자의 궤적을 갖고 만나는 거다. 살아오면서 했던 선택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시점으로 떠올리는 거다. 그걸 반추하기 위한 거였다. 진짜 범인이 누군지 찾기 위해 선택한 건 아니었다.

▲ 엔딩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저희끼리도 여운을 주기 위한 장치를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멀리서 선글라스라도 쓰고 있는 장면을 찍어놓을까 싶기도 했다.(웃음) 이번 작품은 모든 인물이 천성과 관성에 대해 말한다. 모두가 천성과 관성대로 행동하는 거다. 시즌2는 없습니다.(웃음)

▲ 감독님의 천성과 관성은 어떤가.

저의 천성과 관성대로 살아와서 작품을 해왔다. 다들 목적을 갖고 작품을 하겠지만, 저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대해 탐구는 하고 싶다. 제 작품의 엔딩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이런 부조리를 짚어주고 끝난다. 대작을, 독립영화를 이번에 해야겠다, 이렇게 선택한 건 아니다.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때 송강호 선배님이 필요할 때 있고, '동주'처럼 5억원으로 하는 게 더 좋을 때가 있고 그렇다. '삼식이 삼촌'도 마찬가지이고, 천성과 관성에 대한 드라마다. 삼식이는 주인이 마음에 안 들면 자신이 주인이 된다고 생각 안 하고, 또 다른 주인을 찾는다. 그게 삼식이의 관성이다. 우리 드라마를 '누가 범인이야'라고 보면 지루해지고, 천성과 관성의 관점으로 보면 재밌어질 것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