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상 안 하면 지원 끊어"…트럼프, 우크라 압박 예고

입력 2024-06-26 11:51
수정 2024-06-26 12:08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의 핵심 측근 두 명이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와 휴전 협상을 강요하는 전쟁 종식 계획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영토 상실을 전제로 한 평화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지원이 끊길 것이란 압박에 직면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고문인 키스 켈로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작성해 보고했더니 이를 검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켈로그 센터장은 존 볼턴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와 함께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인정한 뒤 전쟁을 멈추자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플라이츠 전 비서실장은 "나는 그가 이에 동의했거나, 단어 하나하나까지 동의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지만, 이 같은 피드백을 얻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켈로그 AFPI 센터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으로부터의 원조가 끊길 것'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테이블로 나오지 않으면, 당신네를 전장에서 죽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우크라이나에 줄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방안은 앞서 AFPI가 발간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연구 보고서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장기간 보류한다고 약속하면 러시아를 평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방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에 극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유럽 동맹국과 공화당 내부의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계획에 대해 트럼프 선거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사전에 승인 받은 캠프 관계자가 한 발언만이 공식적인 것으로 간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조속히 협상하는 것이 두 번째 임기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캠프의 제임스 싱어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는 기회가 날 때마다 블라디미르 푸틴을 칭송하면서 그가 푸틴에 맞서거나 민주주의를 옹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협상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드리엔 왓슨 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에 대한 모든 결정은 우크라이나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계획의 가치는 세부 사항과 현장의 실제 상황을 고려하는 데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러시아가 협상에 열려 있으며, 현장의 실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외교·안보포럼 참석자들에게 보낸 인사말에서 "러시아 평화 이니셔티브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고 외교적 해결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평화 이니셔티브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4일 제안한 휴전 조건이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군을 철수하고 NATO 가입을 포기하면 공격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