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반려동물 11마리 학대·살해"…20대 남성에 집행유예

입력 2024-06-26 10:50
수정 2024-06-26 10:51

입양한 동물 11마리를 잔혹하게 죽인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도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단독 이상엽 판사는 지난 20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호관찰과 480시간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입양과 임시보호 명목으로 데려온 개 5마리와 고양이 6마리를 바닥에 내리치거나 목을 졸라 죽인 혐의를 받는다. 또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버려 유기하기도 했다.

A씨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강아지의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 '키우던 고양이가 병으로 죽게 되어 새로운 고양이를 입양하려 한다'는 글을 올려 반려동물들을 지속해서 입양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스트레스 해소를 이유로 동물을 여러 차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 동물을 입양 보낸 사람들에게도 정신적 상처를 줬다"면서도 "다만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라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측은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거짓말을 하며 동물들을 입양해 기존 보호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마지막 범행일 이후에도 추가로 고양이를 입양하려 한 사정에 비춰볼 때 범행의 계속성과 반복성이 있어 1심 판결보다 더 중한 형의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이번 판결에 대해 "잔인한 범행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역대 최악의 동물학대 선고"라며 규탄했다. 카라 측은 1심 판결 직후 검찰에 항소요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달 17일 '국민적 관심과 발생 사건 수의 증가, 각계의 양형기준 신설 요청'을 종합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기로 결정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