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었는데 빚더미 앉았다"…일회용 컵 때문에 '발칵'

입력 2024-06-26 09:33
수정 2024-06-26 10:14


환경부가 추진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로 인해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본 기업들이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에 7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6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납품 입찰을 맺은 인쇄업체 2곳과 배송업체 1곳이 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개 기업이 요구한 배상액은 75억원에 달한다.

소송을 제기한 업체들은 최초 입찰 계약 규모대로 75억원가량의 잔금을 손실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다. 이들 3개 기업은 일회용 컵에 붙일 바코드 라벨(스티커) 20억장·80억원 상당을 제작해 전국에 배송하기로 공사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발주량은 계약물량의 3.2%인 6400여만장, 금액은 3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64억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은 빚더미에 앉은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바코드 라벨 제작·배송 단가가 치솟아 만들수록 손해가 났지만, 그때마다 조폐공사가 손실 보상을 약속하며 업체들을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조폐공사와 업체 간 납품 계약도 끝났고, 계약 종료 후 투자금·손실액 보존을 요구하자 조폐공사 태도가 돌변했다는 게 이들 기업의 주장이다.

인쇄업체 대표들은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어 그만하겠다고 했지만, 조폐공사에서 나중에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기에 믿고 끝까지 했다"며 "공사와 협력 관계를 생각해 참고 마무리 지었는데, 지금 와서 이렇게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조폐공사 측은 귀책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무 부서인 환경부의 정책 결정이 바뀐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환경부(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배상안 협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보상할 방법도 없다고도 부연했다.

인쇄물량 70%인 14억장 납품 계약을 맺은 광주광역시의 A 인쇄업체는 손해배상액으로 56억원을 요구했지만, 재판부가 조폐공사에 60% 정도인 35억원을 지급하라고 제시한 조정안도 조폐공사는 거부했다.

조폐공사 측은 "환경부 정책 변경으로 사업 준비를 위해 투자한 비용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주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동시에 협력 업체와 협력 분야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