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보다 싸고 살도 안 쪄요"…요즘 MZ들 푹 빠진 음식

입력 2024-06-26 13:00
수정 2024-06-26 14:04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아 직장인들 사이에서 저렴한 외식 메뉴로 인기를 끌던 샤브샤브가 MZ세대의 입맛까지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샤브샤브가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젊은 층에게 다이어트 음식이자 'MZ 보양식'으로 떠오른 것이다.

2000년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외식 메뉴로 등극한 샤브샤브는 건강 관리에 적합한 메뉴 정도로 취급 받아왔는데, 최근 가성비 보양식으로 샤브샤브를 찾는 MZ세대가 빠르게 늘었다. 이랜드이츠의 샤브샤브 브랜드 로운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멤버십 가입 고객 대상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직전 주 대비 1030세대의 매출은 약 23% 증가했다. 총 매출이 약 18%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큰 셈이다. 로운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샤브샤브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겹살 외식보다 저렴…MZ 고객 '쑥'2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1인분 평균 가격은 한 달 전(1만9981원)보다 102원 오른 2만83원으로 집계됐다. 삼겹살 1인분 값은 2022년 12월부터 줄곧 1만9000원대를 이어오다가 지난달 처음으로 2만원을 넘어섰다. 대다수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이 병당 5000~6000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두 명이 삼겹살 2인분, 소주 한 병만 주문해도 4만5000원 이상을 내야 한다.

삼겹살뿐 아니라 냉면(1만1692원), 삼계탕(1만6885원) 등 여름 인기 메뉴도 각각 평균 1만2000원, 1만7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계탕은 토속촌, 고려삼계탕 등 일부 유명 식당에서 이미 2만원을 받고 있다.


어지간한 외식 메뉴가 2만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삼겹살 외식도 한 끼하려면 인당 2만원 이상 지출해야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이 많고 무한 리필 서비스를 도입한 곳이 많은 샤브샤브 업계는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로운 샤브샤브는 평일 점심에 성인 1인당 1만9900원(신촌점 기준)만 내면 소고기 샤브샤브와 샐러드바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선당이나 샤브향 등도 1인당 1만원대 중후반 가격으로 2만원이 채 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뜨거운 국물 요리라 통상 연말에 매출이 느는데 작년부터는 여름 방학 시즌인 7, 8월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여느 때와 분위기가 다른 듯하다"고 분석했다. 고물가에 무더위까지…샤브샤브 뜬 이유젊은 층 고객이 샤브샤브를 찾게 된 데에는 유튜브 등 SNS의 영향이 크다. ‘건강 관리’와 ‘홈쿡’이 먹거리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SNS에는 샤브샤브를 다이어트에 활용하는 콘텐츠가 급증했다. 유튜브에 ‘샤브샤브 다이어트’로 검색하면 조회수가 100만을 넘어가는 쇼츠 영상이 줄줄이 뜬다. 다이어트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들이 ‘다이어트 중 먹어도 괜찮은 외식 메뉴’로 샤브샤브를 1순위로 꼽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MZ 소비자들이 샤브샤브를 여름철 몸매 관리를 하면서도 먹어도 되는 다이어트식이자 보양식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MZ 맛집'으로 거듭나기 위해 업계는 신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다. 샤브샤브를 샐러드바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로운 샤브샤브는 지난 3월 봄 시즌을 맞아 ‘봄 미나리 메뉴’를 출시했다. 미나리를 활용한 메뉴를 내놓는 동시에 야채 코너에 무제한 미나리를 배치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홈플러스가 채선당과 협업해 지난해 2월 출시한 ‘채선당 샤브샤브’ 밀키트는 올해 3월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가량 증가했다. 이 제품은 채선당에서 먹는 맛 그대로 재현해 되레 정식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샤브샤브가 외식 메뉴 중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해 여름철에는 친구들과 함께 또는 데이트를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젊은 고객들이 많다”며 “샤브샤브를 겨울 음식으로 인지하던 업체들도 속속 여름 마케팅에 힘을 쏟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