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큰 그림에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친환경 사업 등이 자리 잡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13일 미국의 생성형 AI 검색엔진 기업 퍼플렉시티에 1000만달러(약 13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SK텔레콤의 글로벌 AI 서비스 개발을 맡은 만큼 더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투자로 SK텔레콤은 ‘에이닷’ 등 AI 개인 비서 서비스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의 AI 사업을 지휘하는 SK텔레콤은 올해 2월 미국 클라우드 업체인 람다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고성능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스티븐 발라반 람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상했다. SK네트웍스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를 열고 현지 AI 기업 지분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의 AI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해외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4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와 만난 지 두 달 만인 이달 22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빅테크 기업 등과 AI 관련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좋든 싫든 AI 시대에 살게 된 만큼 AI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로봇도 주요 투자 영역이다. SK온은 쌓여만 가는 적자에도 지난달 28일 산업용 로봇 업체인 유일로보틱스에 약 370억원을 투자했다. SK온이 해외 공장 수율을 조기 정상화하기 위해선 로봇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SK온은 미국 공장에 로봇 기술을 먼저 적용한 뒤 국내외 공장에 이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SKC도 지난해 적자를 냈지만 친환경 사업 투자는 놓치지 않고 있다. SKC의 친환경 소재 사업 투자 자회사 SK리비오는 지난달 11일 베트남에서 1단계로 1억달러(약 1390억원)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생분해 소재(PBAT) 생산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