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시기를 두 달 연기했다. 서민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한다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 방향’을 25일 발표했다. 범정부 서민·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논의되는 상황이고, 이달 말 시행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고려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한도를 거의 소진한 ‘고DSR’ 차주 가운데 자금 수요가 긴박한 분들이 많다”며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한도가 줄어드는 차주가 15% 정도여서 이런 분들의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총대출이 1억원을 넘으면 40%가 적용된다. 연소득이 5000만원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 2000만원(40%) 한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가 올라가면 원리금 상환액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산정할 때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1.5%)의 25%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했다. 하반기부터는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다가 이번에 두 달을 미뤘다. 현재 기본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 가산 금리는 1단계가 0.38%, 2단계 0.75%, 3단계가 1.5%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하락 여파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20일 만에 4조4000억원 이상 불어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대출 제한 정책을 연기해 가계부채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