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북·중·러 핵 위협, 우리도 핵무장 공론화할 때

입력 2024-06-25 17:30
국내외에서 한국 자체 핵무장, 전술핵 공유, 핵 잠재력 확보 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당장 핵무장을 하는 데는 시각차를 보였지만, 핵 이슈를 제기한 것은 급변하는 안보 상황에 비춰 바람직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지난주 자체 핵무장과 잠재적 핵 능력 구비 검토를 제안했다. 미국에서도 상원 군사위원회·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전 백악관 보좌관 등 외교 안보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전술핵 재배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를 잇달아 개진해 주목된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현격하게 기울어진 핵 균형 때문이다. 지난 19일 맺은 북·러 조약 10조엔 ‘평화적 원자력 협조’가 담겼는데, 실질적으로 북한 핵무장 지지를 뜻한다. 푸틴은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고 있다”며 북핵 용인론을 폈다. 핵 강국인 러시아가 북한 핵 개발의 마지막 열쇠로 꼽히는 핵 고폭장치·대기권 진입 기술 등을 전수한다면 핵 위협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바탕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단거리 미사일에 적합한 다(多)탄두 핵실험까지 성공한다면 한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 미국 본토까지 북핵 위협에 노출된다.

최근 미국의 핵무기 사용 의사결정에 한국 참여 보장 등 북핵 억제를 위한 진전된 양국 합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는 회의감이 든다. 일부 주한미군과 전술핵 철수, 한·미 훈련 철폐 등에서 봤듯, 미국 정권에 따라 한반도 정책은 급변할 수 있다. 우리 홀로 북·중·러 핵 강국에 맞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독자적인 핵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때맞춰 핵 확산을 막아온 미국도 핵 증강 선회 움직임을 보여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체 핵무장, 전술핵 공유, 핵 잠재력 확보 등 어떤 형식이 됐건 핵 주권 확보를 위한 공론화에 불을 댕겨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일본과 같이 재처리권 및 우라늄 농축권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서울을 지키는 건 결국 우리 몫이다. ‘핵 없는 평화’를 외치지만, 핵을 막는 안전판은 핵밖에 없다. 74년 전 6·25전쟁 때 북한과 소련 합작에 무방비로 참화를 겪은 것은 결코 과거의 일일 수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