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가 20년 전 지역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1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이 사건이 재주목받은 지 거의 한 달 만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밀양시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지역사회 차원의 사과에 나선 것이다.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25일 오후 밀양시청 2층 대강당에서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공동 사과문을 대표로 낭독한 안병구 시장은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 시장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며 "모두 우리의 불찰이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도시 시스템 재점검, 범죄예방 등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사과문 낭독 후 별도로 취재진 질의응답은 받지 않았다.
한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해 성폭행한 일이다. 이달 초부터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가해자들 신상이 공개되면서 당시 사건이 재주목받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난 바 있다.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 중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