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체코 자동차 부품사인 타웨스코, 이탈리아 자동차 강판 가공업체인 유사이드 등과 저탄소 강판 판매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25일 발표했다. 현대제철이 전기로-고로 복합생산 체계를 구축해 저탄소 강판을 제조할 수 있게 되면 유럽의 파트너 기업들이 이를 구매하겠다는 것이 협약의 골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충남 당진제철소에 저탄소 강판을 생산하는 설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차 강판은 보통 고로(용광로)에서 나오는 철강재로 생산하는데, 전기로-고로 복합생산 체제를 갖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올 9월에 저탄소 강판을 시범 생산할 계획이다. 이후 3개사는 공동으로 유럽 시장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다.
타웨스코와 유사이드는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업체다. EU(유럽연합) 당국이 탈탄소 정책을 강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협력사에 요구하는 친환경 압박의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 자동차용 강판으로까지 탈탄소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여야하는 완성차 업체로선 강판의 ‘탄소 발자국’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도 수출을 늘리려면 저탄소 혹은 탈탄소 철강 체제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으로 철강재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연간 500만t 규모의 차량용 강판을 생산하는 현대제철만 해도 전체 물량의 20%를 글로벌 완성차 판매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이 가운데 유럽 시장은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CBAM이 적용되는 EU 시장만 따지면 25% 가량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