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두고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한 발언에 대해 한 달 반 만에 사과했다.
박 장관은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제 말 때문에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의 책임이 개인적 잘못에 근거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며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겠다는 설명을 하다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섞여 들어간 것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지난달 13일 출입기자 간담회 과정에서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꼼꼼하게 따지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발언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국토장관이 전세사기 책임을 피해 청년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사기가 아니라 전세 제도를 안전하게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사고'"라며 "피해자 대부분이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아 정상 거래를 했다. 피해자가 잘못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제 인식은 전세사기가 여러 제도적·시장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지, 피해자들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회적인 문제로 고통받은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하루빨리 실현 가능하고,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피해 구제책을 만들어 조치해야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야당의 '선(先) 구제 후(後)회수' 골자의 전세사기 특별법과 정부·여당의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는 공공기관이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주고 경·공매를 거쳐 임대인에게 자금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정부·여당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고 경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살던 집에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내놨다. 22대 국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법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의견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 제출을 요구했고, 박 장관은 이른 시일 내 의원 입법 형태로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