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4%대 급락…시장 주도주 바뀌나

입력 2024-06-24 17:41
수정 2024-07-02 16:19

인공지능(AI), 식음료, 화장품주 등의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전히 AI 관련주의 중장기 상승세를 점치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격차가 커진 만큼 소외주를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화학, 디스플레이, 조선 등 저평가 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점 우려에 조정받은 대장주들SK하이닉스는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7% 급락한 2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25일(-5.12%) 후 약 두 달 만의 최대 낙폭이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302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3871억원)의 78%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협력사인 한미반도체도 이날 2.72% 하락한 17만54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의 하락은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조정받은 여파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이달 21일 3.22% 내린 126.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54% 떨어진 데 이은 2거래일 연속 조정이다. 엔비디아와 함께 AI 랠리를 펼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브로드컴도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2거래일간 9.1%, 브로드컴은 최근 3거래일 동안 9.3%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그동안 급등해온 S&P500은 AI 테마를 빼놓고 보면 완만한 하락장”이라며 “AI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새 주도주 나올 것…대안 찾기 분주
미국 증시에 이어 한국 시장에서도 주도주가 조정을 받자 급격히 높아진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일부 종목에만 매수세가 쏠리는 장세를 보이면서 주도주와 그렇지 않은 종목 간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졌다는 인식에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는 추가 상승할 경우 과열이 걱정되는 수준까지 왔고, 화장품과 음식료 등 2분기 주도주도 상승폭이 컸다”며 “지금까지의 주도주와 다른 쪽에서 답을 찾는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전체 932개 종목 중 640곳이 하락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HD한국조선해양 등 비교적 덜 주목받던 종목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7.3% 급등한 1만1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부터 이익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오자 매수세가 쏠렸다.

삼성전자는 0.75% 상승한 8만600원에 마감하며 전체 지수를 방어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좋지만 SK하이닉스는 새로 진입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까지 왔다”며 “삼성전자는 지금 매수하기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최근 고환율 추세 장기화 전망이 나오며 대금을 달러로 받는 조선주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HD현대중공업(3.9%), 한화엔진(5.48%), HD한국조선해양(1.78%) 등은 강세를 보였다. 금리 인하 기대로 바이오 종목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제이엘케이(29.96%), 아이큐어(15.08%), CG인바이츠(13.61%), 바이오니아(8.47%) 등 바이오 종목이 대거 급등했다. 이웅찬 연구원은 “화학 또한 주가가 바닥에 근접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