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32건 수사…119명 입건

입력 2024-06-24 17:51
수정 2024-06-25 00:29
의사가 특정 제약회사 제품을 쓰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경찰이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수사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수사 대상 의사만 약 1000명에 달하는 고려제약 리베이트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 퍼져 있는 불법 관행으로 수사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4일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 연루된 의사 82명, 제약사 관계자 32명 등 119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관련된 의혹은 32건이다. 보건복지부가 19건을 수사 의뢰했고 나머지 13건은 자체 첩보로 수사를 시작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의사 4명과 제약사 관계자 5명 등 9명을 송치했고 13명은 불송치했다”며 “수사 중인 대상자는 의사 77명을 비롯해 97명”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려제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이 의사들에게 자사 약을 쓰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를 확인해 수사 중이다. 20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의사 14명과 제약사 관계자 8명 등 22명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의사들이 받아 챙긴 리베이트 금액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으로 추정하고 연루된 의사만 1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발표에서 ‘고려제약 외 다른 제약사는 어디인지’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제약사가 몇 곳인지’ 등 구체적인 사안은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약사법상 허용되는 경우가 아니면 소액이라도 입건할 예정”이라며 “리베이트 수수 자료와 처방 내역, 관련자 진술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추가 입건자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불거진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복지부와 시민들의 신고로 5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에 오른 병원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 3명”이라며 “시민이 신고한 2건은 서울대병원과 동네 병원”이라고 밝혔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