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막힌 유통가 '쇼파트'에 꽂혔다

입력 2024-06-24 17:23
수정 2024-07-02 16:18
쇼핑몰 위에 레지던스, 호텔 밑에 백화점….

성장 한계에 부딪힌 백화점과 쇼핑몰이 아파트, 레지던스, 호텔 등이 들어서는 주상복합시설·단지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단독 출점에 비해 수요가 보증되고, 병원·학원 등 생활밀착형 시설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몰처럼 한 빌딩 안에서 엘리베이터만 타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엘세권’을 구축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HDC아이파크몰은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에 개발 중인 대규모 주상복합단지에 ‘아이파크몰 3호점’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짓고 있는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49층 규모로, 총 3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 호텔, 공공기숙사, 쇼핑몰, 병원 등을 한데 모은 서울 동북권의 ‘랜드마크’를 표방한다. 이 시설들은 모두 연결돼 있어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2028년께 완공되면 용산에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도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HDC아이파크몰은 2022년 12월 같은 이유로 고척아이파크 주상복합단지에 2호점을 냈다. 2·3호점을 잇따라 주거시설과 같은 건물에 출점한 이유는 수요가 검증돼 있기 때문이다. HDC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쇼핑몰은 아파트 가구 수와 호텔 객실 수만큼 기본 방문객을 확보할 수 있고, 건설회사는 상업시설을 앞세워 분양률을 높일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며 “서울 동북권에 마땅한 대형 쇼핑몰이 없는 점도 새로운 아이파크몰이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광운대역과 연결돼 있어 유동 인구를 추가로 끌어올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세계와 롯데도 주상복합 방식으로 점포 확장에 나섰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경기 파주 운정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단지 ‘힐스테이트 더 운정’에 ‘스타필드 빌리지’를 넣기로 했다. 스타필드 고양·하남보다 작은 규모로 조성해 스포츠·교육시설, 영화관 등이 있는 지역 커뮤니티형 쇼핑몰을 꾸밀 계획이다. 2026년 서울 가양동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스타필드 빌리지를 지을 예정이다. 롯데쇼핑도 최근 지하 7층~지상 67층짜리 부산롯데타워에 백화점과 호텔을 함께 들이겠다는 설계안을 최종 확정했다. 저층부엔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연결된 판매시설을, 중·고층부는 5성급 호텔과 사무실을 채워넣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방식은 이미 성공이 검증됐다.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대표적이다. 잠실역사와 이어진 대형 쇼핑 타운을 통해 호텔·레지던스(시그니엘), 쇼핑몰(롯데월드몰), 백화점(에비뉴엘), 엔터테인먼트(롯데콘서트홀·롯데시네마) 등을 ‘원 스폿’으로 즐길 수 있다. 그 덕에 롯데월드타워·몰은 한 해 방문객이 5500만 명(2023년 기준)에 달한다. HDC고척아이파크몰은 패션, 식음료(F&B) 시설부터 의료시설, 학원 등 지역 주민의 수요를 반영한 시설을 넣었다. 하루평균 방문객은 2만2000여 명이다.

이선아/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