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아침 열던 '왕언니', 39년 공직생활 마무리 [관가 포커스]

입력 2024-06-24 18:00
수정 2024-06-24 18:01


36년간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의 아침을 연 이미경 기자실장(사무운영주사·6급·사진)이 이달 말 퇴임한다.

이 실장은 24일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열린 정년 퇴임식에서 "36년간 기자들과 가족같이 함께 생활했는데 (이렇게 퇴임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농식품부 직원들과 기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기자실에서 근무하는 기자실장은 보도자료 배포와 일정 공지 등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실장은 1985년 농식품부에 입부했다. 축산국 축산정책과와 2차관 비서실을 거쳐 1988년부터 기자실장을 맡았다.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중 기자실장이 공석이 돼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한다. 그는 "기자실에 처음 왔을 당시 농식품부 출입 기자는 20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차장 이상의 데스크 급이었다"며 "스물넷에 불과했던 저로서는 (기자실장 업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찬 성격과 꼼꼼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 스타일 덕에 그는 기자들은 물론 농식품부에서 인정받는 기자실장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이 실장은 1992년과 2020년 농식품부 장관 표창, 1999년 농정개혁유공 대법원장 표창, 2002년 국무총리 표창인 모범 공무원상을 받았다.

이 실장은 지난 39년간 농식품부의 역사와 함께 한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입부 이후 장관이 29번 바뀌었고, '농수산부'였던 부처는 농림수산부(1986년) 농림부(1996년) 농림수산식품부(2008년) 농림축산식품부(2013년) 등 네 차례에 걸쳐 명칭 변경 및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논란,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등 국내 농업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도 언론보도 활동을 차질 없이 지원했다.

이날 퇴임식에는 출입 기자단과 농식품부 직원 등 수십명이 참석했다. 기자실 연단에 선 이 실장은 "제가 이 자리에 서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다"며 "늘 브리핑을 준비하고 도와드리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퇴임식을 기자실에서 연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실장은 "기자실을 내 집처럼 꾸며서 손이 안 가는 곳 없다"며 "제게는 집처럼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농식품부 직원들이 기자실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기자실이 어떤 공간인지 편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퇴임식 장소를 기자실로 정했다"고 했다.

기자단과 농식품부 대변인실은 이날 이 실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실장은 "39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며 "당분간은 쉬면서 인생 2막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