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삼식이삼촌' 글로벌 반응, 아쉽긴 하지만…" [인터뷰+]

입력 2024-06-24 12:09
수정 2024-06-24 12:10




배우 송강호가 첫 드라마에 대한 반응에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송강호는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반응 모두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제가 이 드라마의 얼굴이다 보니 제 이름이 먼저 나오는데, '나만 탓하네'라기 보다는 이름이 먼저 나와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는 많이 안 나왔지만, 좋은 말씀을 해주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면서 웃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 분)이 만나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송강호의 첫 드라마라는 점에 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송강호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게 한국사를 하다 보니, 글로벌한 소재는 아니었던 거 같다"면서 자평했다.

'21세기 위대한 배우 25인'(2020년, 뉴욕타임스 선정)에 오른 배우 송강호는 대한민국 최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미국 LA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서 회고전까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글로벌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감을 끌어내며 월드 클래스로 자리매김했다.

'삼식이 삼촌'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삼식이 박두칠은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빠른 상황 파악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전략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직 먹고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살길을 개척하며 살아온 그는 김산을 만나면서 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송강호는 드라마를 마친 후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영화처럼 한 번에 공개되는 게 아니다 보니 계속 새롭고, 재밌고, 복합적인 느낌이 있었다"며 "다음에도 드라마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송강호의 일문일답

▲ 대장정을 마무리한 소감이 궁금하다.

잘 알겠지만, 영화만 하다가 드라마를 했는데, 촬영 기간은 크게 특별하게 '길었다' 말하진 못하겠지만 매주 공개되는 부분들이 새로웠다.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영화처럼 한 번에 공개되는 게 아니다 보니 계속 새롭고, 재밌고, 복합적인 느낌이 있었다.

▲ 30년 만에 드라마 출연이었다.

신인이었을 땐 영화와 드라마를 왔다갔다 하는 얘기가 있었다. '조용한 가족' 찍고 이럴 때. 그런데 제가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30년 가까이 영화를 하다가 세계적인 콘텐츠 소통 방식이 다양해졌고, 다변화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삼식이삼촌'이라는 드라마를 왜 하필 선택했냐고 물어본다면, 저뿐만이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하는 예술가들의 마음인 거 같은데, 새로운 시선의 작품을 눈여겨본다. 가령 '동주'라는 작품의 경우, 연출은 이준익 감독이 했지만 그 시나리오를 신연식 감독이 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와, 시인에 대한 얘기만 알던 상태에서 대중 영화로서의 시선이 참신했다. 신연식이라는 작가가 트렌드적이고 공식화된 시선이 아닌 걸 알고는 있지만 스쳐 지나가는, 눈여겨보지 못한 틈새의 아름다운 얘기를 포착하는 시선이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만나기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출발했다. 이 빠른 세상에 50년 전 얘기를 누가 관심을 가질까 생각하고, 절대 못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과감하게 그 시대에서 가상의 인물들이 펼치는 얘기지만 그들을 통해 현대를 반추하길 바랐다. 그런 점이 신선했다.

▲ 연기한 삼식이 삼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저는 이 인물이 과거에 있지만 지금을 반추할 수 있길 바랐다. 배우라는 게 그런 거 같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갖고 있는 얼굴이지만, 내 마음속 한 쪽에 잠재한 걸 잊고 있었고, 연기를 통해 발견하도록 하는 게 배우라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삼식이도 그런 인물이길 바랐다. 크게 보면 이 드라마가 그렇게 다가가길 원했고.

▲ 드라마는 매주 공개되다 보니 그 반응을 어떻게 봤을지도 궁금하다.

사실 그 소재가 글로벌한 건 아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의 배경이고, 한국 시청자들은 알고는 있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였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는 한국의 50년 전의 배경이 장벽이 있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고, 글로벌한 소재는 아니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많은 시청자가 자극적이고, 범람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 진지하게, 묵직하게 정주행할 수 있는 드라마의 의미를 찾아주신 거 같다. 빠른 재미는 덜하지만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깊이감, 차별점 이런 태도에 대해 좋은 말을 해주는 분들도 많이 만났고,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 속도나 몰입감에 대해 아쉬움도 나왔다. 10부작이 16부작이 돼 그렇다는 얘기도 있더라.

이 드라마가 스피드한 세상에서 이런 얘기로 시청자분들에게 얼마만큼 큰 소구력을 가질지 아쉽긴 하지만, 그런데도 이 드라마가 가진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의 깊이감 등에 중점을 뒀다. 그런 반응도 존중하고,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 그런 반응의 중심에 송강호가 있더라. '왜 나만 갖고 이래' 이런 억울함은 솔직히 없었을까.

제가 이 드라마의 얼굴이다 보니. 나만 탓한다기보다는 먼저 나오니 자연스러운 거 같다. 좋게 말씀하신 분들도 많이 계셨다. 언론에는 많이 안 나왔지만(웃음).

▲ '핑계고'에 나온 것도 화제가 됐다.

유재석 씨와는 처음 만났다. 예능은 일부러 안 나가는 게 아니라, 예능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웬만하면 다른 홍보를 하겠다고 했다. 디즈니에도 '다른 거 다할게요'라고 읍소했다. 그래도 뭔가 자유로운 분위기, 변요한 씨와 진기주 씨와 함께하니 편안할 거 같아서 했다. 재밌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들긴 했지만 유연하게 진행을 봐주셔서 '역시 유재석이다' 싶었다. 다음엔 더 재밌게 할 거 같은데, 기회가 올는지 모르겠다.(웃음)

▲ 또 드라마를 하고 싶을까.

다른 사람들도 OTT를 한다고 해서 그런 건 아니다. 팬데믹이라는 계기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많은 채널이 예전보다는 다양해지지 않았나. 그래서 영화라는 장르만 고집한 건 아니다. 또 드라마를 해보니 더 글로벌한 소재로, 글로벌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욕심은 난다. 드라마를 해보니 영화는 다른 연기의 재미도 느낀다. 드라마는 보다 상세하고 친밀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조금 더 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재밌기도 하고, 의욕도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없다는 아니지만(웃음)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다.

▲ 드라마의 힘듦은 무엇이었을까?

분량이 많아서 정신없이 찍어야 한다. 그렇게 찍고 지나가니 더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점이기도 하고, 힘든 부분인 거 같다.

▲ 플랫폼에 대해 아쉬움도 있다. 차라리 방송이었다면 더 시청률이 높지 않았을까.

그래서 전 디즈니 플러스의 결정이 존경스럽다. 그런 위험이 있는데, 그렇게 제작을 결정하고, 글로벌한 성공을 하진 못했지만 과감한 선택과 결단이 있어서 이런 드라마가 많은 아시아 국가, 미국에 '이런 드라마도 있네' 할 수 있는 거 같다.

▲ 왜 그렇게 김산을 좋아하나?

김산의 굴곡진 삶을 인간으로서 좋아했던 거 같다. 삼식이 삼촌은 처참한 환경을 뚫고 자세하진 않지만, 돈을 많이 벌고 온 사람 같다. 하지만 자기가 이루지 못한 걸 이룰 수 있는 모습을 김산에게서 발견한 거 같다. 세상을 변화시킬 로망의 대상이었다.

▲ 후배들과 연기는 어땠나.

변요한, 이규형, 서현우까지 감탄하며 연기를 했던 거 같다. 이규형이 죽기 전 저에게 마지막 고백을 하는데, 그 연기를 보시면 '대단한 배우다'라고 싶을 거 같다. 강성민이라는 배역의 진심이 유일하게 나온 게 그 장면이 아닌가 싶다. 삼식이와는 애증의 관계라 생각했지만, 잘되길 바랐던 거 같다. 이들의 삼인방의 열연이 기둥이 돼 받치지 않았나 싶다.

▲ 진기주, 오승훈, 티파니 등 다른 후배들이 이 발언에 섭섭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웃음)

또 다른 삼인방도 너무 잘했다.(웃음) 며칠 전에도 진기주 배우에게 '절제된 연기가 진심으로 와닿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저의 진심이었다. 티파니는 아이돌 출신인데 열심히 연기하고, 오승훈 배우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고, 앞으로 더 기대되는 친구다.

▲ 제작발표회에서 신인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캐스팅됐다는 얘길 듣고 더쿠라는 커뮤니티에서 그 말이 처음 나왔다고 하더라. 저도 재밌고, 후배들도 재밌어하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제가 신인상을 받으면 안 된다.(웃음) 앞으로 대한민국의 주축이 될 보석 같은 신인 배우 중 격려받아야 한다. 제가 받으면 민폐다. 제가 제작발표회 때 얘기한 건 웃자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리하자면 재밌는 건 지나간 거 같다. 재밌는 것도 자꾸 하면 재미없으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건 감사하다. 신인의 마음으로 연기하고, 신인의 자세로 현장에 나가고 이건 굉장히 축복된 감정인 거 같다. 그래서 더쿠에 그 말씀을 올려준 분들께 감사하다.

▲ 요즘 관심 갖는 새로운 시선이 있나?

없다. 저는 선택받는 사람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제가 선택할 순 없다. 이야기의 참신함을 보고, 그 후에 제 캐릭터를 본다. 전체 얘기 자체가 얼마만큼 제 마음을 흔드냐가 제일 첫 번째였다. 작품이 좋은 게 첫 번째다.

▲ 흥행에 대한 열망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새로운 시선을 갖고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고, 그 반대의 지점도 있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어떤 태도로 작품을 하고, 배우로서 활동하는 것인지가 저에겐 숙제이자 중요한 지점이다. 전작이었던 영화 '거미집'도 시나리오가 갖는 매력, 그 얘기가 갖는 독창성이 제 마음을 흔들었다. 늘 봐왔던 공식대로였다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새로운 시선이 관객들에게,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의미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 삼식이는 열망의 캐릭터인데, 배우 송강호는 어떤 열망과 목표가 있을까.

없다. 배우가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포부를 갖고, 그런 작업을 하는 건 아닌 거 같다. 한 계단, 한 계단 가는 게 원대한 거 아니지 않나.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