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서 여기처럼 2~3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 먹는 식당은 거의 없을 거예요.”
지난 13일 오후 5시 찾은 미국 뉴욕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기사(Kisa)식당’(사진)앞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로어이스트사이드는 1980∼1990년대와 2000년대가 공존하는 맨해튼의 마지막 남은 ‘레트로(복고) 타운’으로 불린다. 한국의 기사식당을 모티브로 삼아 올 4월 문을 연 이 식당은 개점 두 달 만에 맨해튼 명물로 자리 잡았다. 장사를 시작하는 오후 5시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드는 ‘오픈런’이 매일 연출된다. 2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영업시간은 화~토요일 오후 5~11시로 짧고 예약도 따로 받지 않는다. 메뉴는 한국식 백반으로, ‘1인 1메뉴’가 원칙이다. 식당 관계자는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된 백반은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푸짐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한국 대표 메뉴”라고 소개했다.
백반 종류는 불고기,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보리비빔밥 등 네 가지로 메뉴 하나가 32달러(약 4만4000원)다. 여기에 김치, 감자조림, 새우장, 묵무침, 조미김, 달걀말이 등 반찬이 한 쟁반에 담겨 나온다. 레트로 감성을 살리기 위해 가게 내부에는 한국 달력, 오래된 TV, 벽걸이 선풍기 등을 설치했다. 이날 친구 두 명과 방문한 사이 키너(24)는 “음식도 맛있지만 한국 로컬 식당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맨해튼 한인 식당들도 최근 급격히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32번가 ‘더큰집’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외국인을 데려왔지만 요즘은 이곳 사람들끼리 온다”며 “소맥(소주+맥주)를 먹는 것도 미국 Z세대 사이에서 ‘힙’한 문화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미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미주지역본부장은 “미국 내 일식과 중식이 보편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현지 외식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건 한식”이라고 했다.
뉴욕=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