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은 매출 감소에도 R&D 투자액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10위 기업의 전체 투자액을 합쳐도 1위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하는 ‘삼성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R&D 투자 기업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의 R&D 투자액은 전년보다 5조8000억원(8.7%) 늘어난 7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매출 가운데 R&D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9%에서 지난해 4.4%로 높아졌다.
이처럼 우리 기업의 R&D 투자가 총량 측면에선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기업 쏠림 문제는 그대로다. 투자 규모 상위 10대 기업의 R&D 투자액은 45조5000억원, 50대 기업의 투자액은 56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1000대 기업 전체 투자액의 62.7%, 78.1% 수준이다.
1위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23조8528억원으로 2022년(20조9441억원)에 비해 1년 만에 2조9000억원가량 늘었다. 2~10위 기업의 투자액(21조6000억원)을 더해도 삼성전자 한 곳에 미치지 못했다. 투자액이 늘면서 1000대 기업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1.3%에서 2023년 32.9%로 높아졌다.
세계 순위로 보면 한국은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투자 상위 2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47개로 9위에 그쳤다. 미국(827개), 중국(679개) 등 주요국뿐만 아니라 대만(77개)보다도 적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