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00만원 들고 시작한 GST 대표…'630억 잭팟' 인생역전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4-07-28 07:00
수정 2024-08-02 15:13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11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장비를 개발해 현재 기술검증(POC) 단계에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협력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수년 내 매출 5000억원 달성이 꿈은 아닐 겁니다.”

김덕준 GST 대표(1962년생)는 지난 26일 새 먹거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에 서버를 담가서 쿨링하는 시스템인데 기존 공랭(공기로 열을 식히는 것)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부지 면적을 적게 차지하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면서 액침냉각 장비 수요 또한 늘 것으로 보이는데 GST는 상장사 유일 관련 기술을 보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쿨링 시장은 지난해 159억달러에서 올해 517억달러로 1년 새 세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크러버 강자,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장비 만들다
2001년 10월 설립된 GST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정화해 주는 장비 스크러버(매출의 65% 담당)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2004년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 등록됐고, 2006년 2월 1일 코스닥 상장했다. 상장 당시 매출은 3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2792억원으로 17년 만에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본사(1분기 기준 임직원 수 709명)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산단6길 15-13에 있다. 현재 판교에 연구개발(R&D) 센터도 짓고 있다. 김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약 2년 만이다.



GST의 사명은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의 줄임말인데 ‘글로벌 넘버원’이 되자는 김 대표의 염원을 담아 회사명을 지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CSOT(차이나스타)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고객사 50곳을 확보하고 있다. 칠러도 판매하는데, 반도체 공정 장비의 온도를 제어함으로써 공정 효율을 높이는 장비다. 매출의 약 35%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회사들이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인텔·TSMC 등 공격 투자로 인해 올해 실적이 전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황 호조로 2021년과 2022년에 달성한 3000억원 매출 재탈환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는 “미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총 8개 해외 지사를 갖고 있는데, 기존 장비 서비스에 그쳤다면 올해부터 자체 영업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며 “글로벌 인프라를 이용한 영엽 변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술혁신 기업으로 매년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5%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며 “고객 품질 만족과 장비 운영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 먹거리인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장비를 개발했는데, 네이버·카카오 등을 대상으로 영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사업이 잘 되면 스크러버와 칠러 7 대 3 비중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날개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술검증 단계라 상용화까진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영업익 4년간 2배 뛰어 … 계열사 EST·로보케어 사업도 순항 중
또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EST(지분 74%/대표 이정근, 조주현)의 경우 축냉재 사업이 질주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냉장·냉동 탑차는 엔진에다가 컴프레셔를 걸어서 온도를 낮추는데, 우린 축냉재를 활용해 트럭 안에 있는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한다”며 “CJ제일제당·풀무원·웰스토리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축냉재를 탑재한 탑차는 시동을 꺼도 냉장·냉동에 문제가 없어서 내용물이 훼손될 위험도 없다”고 강조했다. 장시간 저온 유지 기술에 기반한 에너지 절약형 냉동·냉장 사업인 셈이다.



일반 탑차들은 시동을 끄면 온도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휴게소나 상·하차 작업 때 시동을 안 끄는 경우도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거리가 멀다. 그는 “더운 나라인 동남아·아프리카 쪽에서 사업이 유망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ST는 지난해 매출 350억원이 발생했는데 축냉재 사업은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사업도 순항이다. 그는 “계열사 로보케어(지분 62%)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1호 기술출자회사로 2015년에 인수했는데 치매예방 로봇과 돌봄로봇을 만들어 전국 지자체와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치매안심센터 등 25곳에서 로봇을 운용 중이다.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기록했는데 시장 확대로 올해 2배 이상의 매출에 도전한다. 김 대표는 “로보케어는 상장 작업도 진행 중이다”며 “해외 공격 영업도 함께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2017년 매출 1000억원 첫 돌파 후, 최근 5년간 실적은 우상향이다. 2019년 매출 1682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2792억원, 영업이익 425억원으로 각각 66.05%, 94.06% 뛰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올해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450억원을 전망했다.


올 들어 주가 15% 올라 … 주주친화책 무상증자도 완료주가도 올 들어 15.96%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스크러버·칠러 판매 호조보다 액침냉각 장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바이오주 등 미 금리 인하 수혜주로 투자가가 몰리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총 주식 수는 1861만8260주로 김덕준 대표(지분 21.46%) 외 특수관계인 2인이 지분 22.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사주는 3.28%, 외국인 지분은 8.36%로 유통 물량은 약 65% 정도다. 1분기 기준 개인 투자자는 3만142명으로 확인된다.



김 대표는 “주식 거래량이 적어 유통주식 확대 방안으로 지난달 무상증자를 실시했다”며 “이익이 10% 이상 나면 배당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언제든지 직원, 주주들과 함께 뛰겠다”고 강조했다. GST의 5년(2019~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4.51%다. 같은 기간 1주당 배당금은 100원에서 250원으로 증가했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주력 매출처인 스크러버와 칠러 외에 액침냉각 장비 시장 진출 계획이다. 계열사인 EST와 로보케어의 발전 가능성도 관심이다. 김 대표는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고 우수한 직원들이 많아 성장성도 높은 편이다”고 자신했다. 또 “매출처 다변화로 특정 고객사 투자 사항에 따른 매출 변동성도 적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중국 무역 분쟁에 따른 확대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가 변수다. 미국 전략 물자에 반도체가 포함되면서 현재 매출 20~25%를 차지하는 중화권 수요가 줄 수도 있다.


퇴직금 500만원 들고 창업…626억 주식 부자로1986년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진공펌프 회사인 영국 에드워드 엔지니어로 25세 때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1988년 일본 반도체 회사와 케이씨텍을 거치며 2001년 독립을 한 김 대표의 인생 그래프는 재미있다. 그는 2001년 독립 당시 퇴직금 500만원을 들고 스크러버 사업을 시작했는데 “고객사에서 주문을 받아도 돈이 없어서 장비를 못 넘기기도 했다”며 “신용보증기금이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초기 자금난을 겨우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업에 굴곡이 생기면서 사랑하는 직원들이 떠날 때 굉장히 가슴 아팠다”며 “하지만 사업가이기에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고 슬퍼했다. 건강 악화로 암을 두 번이나 겪었지만 긍정적인 정신으로 극복했다. 그는 “그래도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고용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부가적인 것들로 인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28일 기준 ‘626억 주식 부자’로 거듭난 그는 청춘들에게 어떤 말이 하고 싶을까. 김 대표는 “행복이라는 건 모든 세대가 꿈꾸는 궁극의 목표지만 행복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본인의 시간, 마음 등을 지불하지 않고 단순히 행복만 가지려고 하면 욕심이다”며 “노력하지 않으면 그만한 대가도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노력하는 과정에 고난과 역경이 찾아올 수 있지만 그걸 뛰어넘으면 보람이라는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며 “본인들이 목표를 세우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당당하고 투명한 회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우리 회사에 투자하면 오너의 횡령·배임 같은 건 절대 없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현재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욕심 안 부리고 직원들과 항상 투명하고 결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서 개선했기 때문에 고성장을 할 수 있었다”며 “지속성장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서 연구개발도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이하 단기 투자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회사와 함께하면 분명 박수치는 날이 온다”고 해맑게 웃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AI산업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공랭식 냉각의 한계로 액침냉각 기술이 부각되고 있는데, GST는 관련 장비 제조를 마치고 대기업 데이터 센터 내에서 파일럿 장비를 검증 중이다”고 분석했다. 또 “환율 상승과 중국 반도체 산업 확대로 급격한 수주 증가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회사인 EST와 로보케어를 언급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투자 포인트로 꼽았다.

'1400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기사를 매번 빠르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화성=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