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결혼식을 마친 뒤 2주일 동안 신혼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여행 짐을 풀기에도 바쁘던 차, 대망의 마지막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결혼 답례품 돌리기다. 예전에는 주로 떡이었다는데 요새는 쿠키, 소금, 비누 등 선택지가 넓어졌다. 고민 끝에 견과류로 품목을 확정했는데, 제법 무거웠다. 손수레를 끌고 삐질삐질 땀 흘리며 답례품이 담긴 상자를 가져왔다. 그러나 진짜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답례품을 돌릴 때마다 신혼여행이 어땠는지, 결혼하니까 좋은지 등 근황을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신혼생활은 사탕이 톡톡 튀는 파핑캔디 아이스크림 같다. 기본적으로는 참 달콤하다. 결혼 준비 기간 동안 바빴기 때문일까? 막상 신혼이 되니 여가 시간이 늘었다. ‘신혼여행 다녀오면~’ 하고 미뤄온 운동, 독서 등 자기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퇴근하고,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할 때면 ‘이 정도면 됐지 더 바랄 게 없다’는 만족감마저 들곤 한다.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면, 미래를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죄책감마저 든다. 커리어와 관련한 동기 부여가 줄어 걱정이지만, 이마저도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그저 스쳐가는 한때일지도 모를 요즘을 즐겨보려 한다.
그렇다고 매 순간 하하호호 즐겁기만 하겠나. 결혼을 통해 수십 년간 다르게 살아온 두 가정이 충돌했다. 가족의 개념도,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같을 리 만무하다. 새로운 가족과의 사이는 아직까지 친구보다 못한 게 사실이다. 친구들과는 알고 지낸 세월만 십여 년이다.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좋고 싫다는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얼마만큼의 개인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 진작 파악을 끝냈다. 고로 과하게 서운할 이유도, 기대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가족과는 어떤가. 서로의 존재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으로 묶였다. 아직은 한 다리 건너 아는 남에 가까운데, 이름만 보면 그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것만 같다. 이런 괴리가 부담스러워 괜스레 어색해진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팡팡 불꽃이 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조급한 마음에 잘 보이려 아등바등하기보다는, 담담하게 서로를 마주하고 싶다. 비단 가족 사이란 담담하고 ‘슴슴’한 것 아니겠나. 그럼에도 오늘은 달콤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신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