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부와 동북부 등 교통 취약 지역에서 철도 호재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부천 대장지구와 서울 홍대입구역을 잇는 대장홍대선이 연내 첫 삽을 뜨고, 서울 청량리역과 신내역을 연결하는 면목선이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2·5·9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대장홍대선은 서울 3대 업무지구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알짜 노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천 대장동과 고양 덕양구 덕은동, 서울 강서구 화곡동·양천구 신월동 일대에 교통 호재를 염두에 둔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MC역 환승은 안 돼”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당초 내년 3월 예정이던 대장홍대선 광역철도 민자사업 착공(실시계획 승인)이 올해 말로 앞당겨진다. 개통은 2030년 예정이다. 완공되면 부천 대장부터 홍대까지 27분에 이동할 수 있다. 그동안 민자철도는 예타부터 착공까지 6~7년이 걸렸다. 대장홍대선은 3년 반 만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는 2조1287억원이다.
대장홍대선은 총 20.03㎞ 구간에 12개 정거장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원종역(서해선)과 화곡역(5호선), 가양역(9호선), 홍대입구역(2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등 네 곳이 환승역이다. 9호선으로 갈아타면 여의도와 강남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5호선과 2호선은 광화문과 을지로 등 중심업무지구(CBD)와 연결된다. 마포구 DMC 인근에 상암역(가칭)도 생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별개의 역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암역은 방송국 등 미디어기업이 밀집한 DMC 업무지구에 들어설 예정”이라며 “DMC 직장인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나 수색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거나 도보로 더 들어가야 하는데, 상암역을 이용하면 출퇴근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장홍대선의 최대 수혜지는 단연 대장지구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표찬 싸부원 대표는 “사전 청약 당시 분양가는 부천 대장과 인천 계양지구가 비슷했다”며 “대장홍대선 효과로 나중엔 대장과 계양의 가격 차이가 1억원 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장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E노선 정차 예정지이기도 하다.
교통이 불편한 덕은지구와 신월동, 화곡동 일대도 호재가 예상된다. 이미 가격이 오른 단지도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곡동 ‘우장산한화꿈에그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3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인 2021년 3월(7억1000만원) 대비 1억2500만원 뛰었다. 작년 7월만 해도 9억7000만원에 팔리던 덕은동 ‘DMC디에트르한강’ 전용 84㎡는 올해 들어 10억~11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면목선, 예타 문턱 통과인천 청라 주민도 대장홍대선 조기 착공 소식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2호선 청라 연장을 추진 중인 인천시는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대장홍대선 사업이 확정된 후 (청라 연장을) 최적 대안으로 추진한다”고 적시돼 있어 이를 반기고 있다. 인천시는 전제사업(대장홍대선)이 확정된 만큼 5차 철도망계획에 2호선 청라 연장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동북부엔 면목선 호재가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과 중랑구 신내역을 잇는 경전철 사업으로, 이달 예타 문턱을 넘었다. 아파트가 모여 있는데 지하철역이 멀고 도로가 좁아 교통 혼잡 문제가 심하던 곳이다. 동대문구는 전농동과 장안동 일대가, 중랑구에선 망우동과 면목동, 신내동 일대가 수혜 지역으로 거론된다. 서울 동북권엔 경전철 동북선 호재도 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출발해 하계역, 장위뉴타운, 고려대역 등을 거쳐 왕십리역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2026년 개통이 목표다.
7호선 옥정~포천 연장 구간이 올해 착공될 예정인 것도 눈에 띈다. 7호선 북쪽 연장 사업은 1단계(도봉산~옥정)와 2단계(옥정~포천)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1단계 공사는 내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 구간은 2029년 완공이 목표다. 경기 포천은 전철이 다니지 않는 교통 불모지다. 7호선이 들어서면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강북횡단선은 예타에서 탈락하고, 위례신사선은 GS건설이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혀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해지는 등 희비가 엇갈린 프로젝트도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