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유럽연합(EU)의 규제에 따라 주요 인공지능(AI) 기능의 EU 국가 내 출시를 보류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등에 탑재할 예정인 AI 기능의 유럽 적용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EU의 기술기업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보안을 저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올해 EU 국가에서는 자사 기기에 새로운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비롯해 아이폰 미러링, 화면 공유 기능을 넣지 않겠다고 했다.
애플은 성명에서 “DMA의 호환성 요구는 우리가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안을 위험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우리 제품의 무결성을 훼손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EU에서 시행된 디지털시장법은 애플과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을 '게이트키퍼'로 규정하고, 이들이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반드시 허용하게 했다. 이를 위반하면 전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메타도 지난 14일 EU의 개인 정보 보호 규제에 따라 자사 AI챗봇인 ‘메타AI’의 유럽 출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혔다. 메타AI는 지난 4월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서 이미 출시된 챗봇이다. 메타의 AI 모델 라마3를 기반으로 개발한 것으로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와츠앱 등에 탑재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EU 당국이 메타AI가 SNS가 이용자의 개인 정보와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다. 아일랜드에 있는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SNS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는 것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메타는 ‘현지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으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비스 출시 자체를 보류하기로 했다. DPC는 메타의 AI 배포 중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