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ESG 공시 준비 여전히 미흡

입력 2024-07-05 06:01
수정 2024-07-05 11:07
[한경ESG] ESG NOW



글로벌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와 인증 준비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의 약 30%만이 독립적 ESG 데이터 인증을 위한 ESG 정책, 기술 및 시스템을 갖췄다. 이는 ESG 공시·인증 초기 비용 절감 효과가 적기 때문에 기업의 참여도가 저조한 것으로, 기업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종합 회계 컨설팅 기업 KPMG는 지난 6월 18일 ‘연례 ESG 공시·인증 준비 지수(KPMG’s annual ESG Assurance Maturity Index)‘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다양한 산업, 지역, 매출 규모에 속한 고위 경영진 및 이사회 구성원 1000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SG 공시·인증에 대한 준비 현황을 기준으로 ‘선도(leaders)’, ‘발전(advancers)’, ‘초기(beginners)’ 단계로 기업을 분류하고, 각 그룹의 준비 지수를 계산했다. ESG 공시·인증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답한 선도 그룹은 29%에 불과했으며, 9개월 전 응답(25%)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선도 기업과 초기 단계 기업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선도 그룹과 발전 그룹의 평균 준비도가 각각 3.4%, 1% 증가한 반면, 초기 그룹의 평균은 5.3% 하락했다.

선도 그룹의 경우 공시·인증 준비가 진행될수록 혜택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비용 절감(+18%p), 제품·서비스 품질 향상(+12%p), 비즈니스 리스크 감소(+11%p), 직원 참여도 개선(+8%p), 신용 등급 향상(+8%p), 시장점유율 확대(+6%p) 등 여러 항목에서 점수가 크게 상승했다.

반면 초기 그룹은 ESG 공시·인증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에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초기 기업 중 ESG 공시·인증이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선도 그룹과 30%p로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초기 그룹의 ESG 공시·인증을 빠르게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정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출이 높을수록 ESG 공시·인증이 더욱 진전된 경향을 보였다. 매출 100억 달러 이상 기업은 평균 준비 점수가 55.1점(100점 만점)인 반면, 매출 50억 달러 이하의 기업은 39.3점에 그쳤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2023년에 이어 52.4점을 획득하며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이어 독일이 52.3점, 일본이 50.2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충분한 내부 기술 및 전문성 확보’…ESG 공시·인증 우선 과제로 꼽아

전체 응답자 중 44%는 충분한 내부 기술 및 전문성을 확보·유지하는 것을 ESG 공시·인증 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 ESG 공시·인증에 경험을 지닌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절반 이상 기업(54%)이 외부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선도 단계 기업에서 그 비율이 59%로 더 높았으며, 이는 ESG 공시·인증 준비가 진전될수록 필요한 기술적 요구사항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급업체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ESG 공시·인증의 중요한 단계이며, 특히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를 계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선도 기업 중 42%가 공급업체에 구체적 제품 정보를 요청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28%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선도 기업의 64%는 공급업체에 ESG 데이터를 자사 시스템에 제공하도록 요청했으며, 절반(48%)가량이 신규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 ESG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 선도 기업 중 공급업체에 직접 ESG 인증을 요청하는 비율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10%에서 2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정환 삼정KPMG 파트너는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이 시행됨에 따라 한국 기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지난 4월 지속가능성공시기준(KSSB) 초안을 발표해 공시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ESG 공시·인증 준비가 시급한 시점인 만큼 기업은 ESG 데이터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외부 인증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