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곧 입주인데, 언제 또 짐쌀지…", 정치권 주도권 싸움에 등터지는 GH

입력 2024-06-21 18:11
수정 2024-07-01 20:23
경기주택도시공사(GH) 본사의 구리시 이전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 전·현직 경기지사의 의견이 갈리는 와중에 이전 후보지인 구리시는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GH는 다음달 1일 수원 광교신도시 광역행정타운 내 신사옥(사진)으로 일부 부서를 이동해 업무를 시작한다. 164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연면적 2만6000㎡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GH는 광교신도시에 도청과 산하기관, 공기업을 모은다는 경기도 정책에 따라 이곳을 새 본사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2026년까지 본사를 구리로 이전하는 계획이 별도로 발표되면서 계획을 틀었다. 다음달 이사 갈 광교 신사옥은 사실상 임시 거처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2021년 수원에 몰려 있는 상당수 산하기관을 북부와 동부로 옮기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안에서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미 광교 신사옥을 짓는 와중이어서 ‘중복 투자’ 논란이 일었지만, GH는 구리 이전을 결정했다.

김동연 지사가 당선된 뒤에도 도는 일정에 따라 GH 본사 구리 이전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조감도와 2026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김 지사의 ‘민선 8기 경기도’가 GH 본사의 구리시 이전을 탐탁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지사는 구리를 포함한 경기 북부를 분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일 GH 본사가 구리로 이전하고 분도가 현실화하면 GH는 쪼개져야 할 운명에 처한다.

GH는 2023년 기준 매출 1조3436억원, 순이익 2488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주 다산·수원 광교 2기 신도시 사업자로 역량을 쌓았고, 산업단지 조성 등에선 지방개발공사 중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경기도로선 포기하기 쉽지 않은 알짜 기업인 셈이다. 이삿짐을 싸는 GH 직원들이 “5년 뒤엔 어디로 출근해야 하나” “조만간 또 짐을 쌀 것”이라며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다.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포기하지 않는 점도 GH의 구리 이전이 다소 모호해진 이유로 꼽힌다. 경기도는 아직 구리 이전 취소를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사실상 이사에 손을 놓고 있다. 경기도 고위직 공무원 A씨는 “현재 ‘평화누리특별자치도’ 논란도 수습하기 힘든 상황에서 GH 본사 이전까지 챙길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철오/오유림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