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지수가 전반적인 작황 호조에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상추와 오이 등 일부 품목은 생육 부진과 수요 증가 등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2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KAPI는 114.34로 한 달 전보다 22.9% 하락했다. KAPI는 2013~2019년 22개 농산물의 적정 평균 가격(100)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KAPI는 지난 15일에는 108.1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22년 11월 26일(107.9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월부터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품목의 산지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점이 가격 하향 안정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주에는 KAPI 구성 품목 22개 중 토마토(-32.55%)와 당근(-30.16%), 방울토마토(-29.38%) 등 13개 품목 가격이 내렸다. 양배추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41.48%, 감자는 35.45%까지 하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토마토의 경우 이번주 들어 기온이 급등하면서 평상시 대비 빨리 익는 현상이 일어나 출하량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상추(43.02%)와 오이(26.28%), 풋고추(16.63%) 등은 이번주 가격이 올랐다. 하우스에서 주로 재배하는 상추의 경우 폭염에 취약해 여름철 가격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테란의 가격 예측모델에 따르면 현재 kg 당 2934원 수준인 상추값은 여름 내내 오름세를 이어가다가 10월 초엔 6603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옴에 따라 육류 섭취 증가로 상추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폭염에 이은 장마로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이 역시 폭염으로 최근 출하되는 물량의 상품성이 다소 낮아졌다. 무더위로 냉국 등 오이를 재료로 사용하는 수요가 증가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