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도 삼키기 어려워요."
모델 출신 변정수가 갑상선암(갑상샘암) 흉터 제거 수술 후 불편함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012년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으며, 암 투병 끝에 6년 만에 완치하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송인 오영실 또한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금 7억을 4년 만에 갚느라 고정 프로그램을 많이 하며 피폐한 생활을 하던 중 갑상선암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배우 오윤아 역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며 촬영을 병행하느라 갑상선암에 걸렸다. 그는 "촬영이 끝날 때쯤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카메라 감독님이 부은 목을 발견했으며 검사 결과 1.9cm의 큰 종양을 발견했다. 의사는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전이 가능성이 높다"며 바로 수술을 권유했고, 오윤아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차기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가수 엄정화, 배우 박소담, 가수 한영, 쇼핑호스트 민지영 등도 갑상선암 수술 후 본업에 복귀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여성 스타들의 수많은 투병기가 전해지는 등 갑상선암은 그간 여성암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남성 갑상선암 환자가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갑상선암이 11% 늘었는데, 이중 남성 환자는 2018년 6만3937명에서 2022년 7만8944명으로 23.4% 증가했다. 여성 환자가 29만0257명에서 31만4144명으로 8% 정도 늘어난 것에 비하면 큰 폭이다.
갑상선암은 환자의 약 80%가 여성이라고 알려진 만큼 남성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성 갑상선암은 여성보다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 증상 없어 병 키우는 남성 갑상선암
갑상선은 기도 앞에 위치한 나비 모양 내분비기관이다. 체온 유지, 성장 발달 등 몸속 신진대사에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암 초기에는 목소리가 변하고 목이 아픈 정도의 미약한 증상이 나타나 조기 발견이 어렵다. 암 덩어리가 커지며 목에 혹이 보인 것처럼 눈에 띄고 호흡곤란이 나타나야 병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남성은 여성보다 목젖이 크기 때문에 암이 5cm 이상 커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이동진 병원장(이비인후과 교수)은 “남성은 신체 구조상 암을 조기 발견하기가 더 어려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이 탓에 치료해도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 남성도 안심 말고 정기검진해야… '대사증후군' 예방도 필요
남성 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여성에게 잘 생기는 암’이라는 선입견 탓에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지만 ▲목소리, 목 통증 등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어렸을 때 얼굴과 목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적이 있을 때는 정기검진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한 식습관 개선 및 운동량 조절도 필요하다. 몸속 대사조절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호르몬이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사증후군이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갑상선암 위험이 15~58% 높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 목 절개는 옛말… 입속으로 로봇 넣어 흉터 없이 수술 가능
갑상선암이 생겼다면 암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암이 생긴 부위와 범위에 따라 목을 5cm 이상 넓게 째고 갑상선을 절제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부위인 만큼 흉터로 인한 불편함이 크고 합병증 위험이 있어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지속 개발되고 있다. 흉터 노출을 피하기 위해 가슴, 겨드랑이 등을 째고 수술하는 방법도 개발됐으나 환자 불편감이나 합병증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흉터가 거의 없는 ‘경구로봇갑상선수술(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 TORT)까지 나왔다. 큰 절개 없이 입술과 치아 사이로 3개의 정밀 로봇수술기구를 넣어 갑상선을 절제하는 것이다. 수술 범위를 10~30배 확대해 살펴보며 얇고 세밀하게 움직이는 로봇 팔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다. 이동진 병원장은 “흉터를 없애고 목 기능을 살릴 수 있는 수술법의 방점”이라며 “가슴, 겨드랑이 등을 째는 수술법보다 절제 부위부터 갑상선까지의 거리가 짧아 신경 손상 등이 적으므로 통증이 적고 목소리 변화 같은 합병증도 적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