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당뇨병 환자의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 해당 변이는 당뇨병 발병 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최대 1.89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은 곽수헌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참여한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 유전체 코호트 컨소시엄(CHARGE)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성인 당뇨병 환자의 대규모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성인 당뇨병으로 불리는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가 줄거나 인슐린 작용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국내 30대 이상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다. 이들은 일반인보다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3배 정도 높고 일찍 생긴다. 중증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 주요 동반질환인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다. 하지만 이런 동반질환 없어도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다는 것을 토대로 연구팀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다인종 코호트에 등록된 성인 당뇨병 환자 4만9230명의 심혈관 질환을 최대 33년간 장기 추적했다. 유전자변이를 찾기 위한 전장유전체분석(GWAS)도 진행했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 5명중 1명(18.3%)이 뇌혈관·관상동맥 질환, 심혈관 관련 사망 등 심혈관 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전자 분석에선 rs147138607(CACNA1E·ZNF648 유전자 부위), rs77142250(HS3ST1 유전자 부위), rs335407(TFB1M·NOX3 유전자 부위) 등 3가지 단일염기 변이가 당뇨병 환자 심혈관 질환 위험과 관련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rs77142250 변이가 있으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89배 증가했다. rs147138607와 rs335407 변이는 각각 심혈관 질환 위험을 1.23배, 1.25배 높였다.
당뇨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204개 유전자 변이가 당뇨병 환자에게도 흔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들 변이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의 유전적 연관성을 분석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 연구"라며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 유전체역학 코호트에 기반한 국제 공동연구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사체-의료 빅데이터 기반 약물 반응성 예측 기술 개발 연구'와 한국연구재단 'AI데이터기반 바이오 선도기술 개발 연구' 지원을 받았다. 국제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