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이 나트륨이온배터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배터리셀 제조사 및 완성차 업체와 ‘기술 동맹’도 맺었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현재 중국이 주도하는 저가형인 LFP(리튬·인산철)배터리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자체 실험 결과를 통해 중국의 기술력을 뛰어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트륨배터리 기술 동맹 나오나
에코프로비엠은 19일(현지시간) 한국배터리협회가 독일 뮌헨에서 주최한 ‘인터배터리 유럽’에서 나트륨이온배터리용 양극재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동욱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와 나트륨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출시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양극재 개발은 완성 단계고, 전기차용 배터리로 출시되는 것은 시장 상황을 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듐이온배터리로도 불리는 나트륨이온배터리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작동 방식은 비슷하다. 리튬 대신 나트륨을 사용해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다르다. 리튬에 비해 나트륨은 해수, 소금 광산 등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담당장은 “2년 전부터 나트륨이온 관련 개발을 해왔고 즉시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나트륨이온 전기차 개발이 곧 시작되면 양산 준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술 특성상 나트륨 이온 양극재는 리튬이온 양극재 라인을 그대로 사용하면 돼 준비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중국 기술 수준 뛰어넘어”나트륨이온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은 에너지 밀도다. 충전거리가 아직 250~300㎞ 수준이다. 출퇴근 등을 위한 중소형차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술 개선 수준을 감안하면 1~2년 내에 LFP 배터리 수준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에코프로비엠 측 전망이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LFP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저가형 배터리 시장의 후보군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3~4년 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LFP의 에너지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삼원계(NCA, NCM)에 집중했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 혁신을 통해 LFP 성능을 개선하면서 저가형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중국도 CATL이 체리자동차와 손잡고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나트륨이온배터리가 본격화하기 위해선 가격이 관건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떨어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리튬 가격이 충분히 저렴하기 때문에 나트륨이 대체재가 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포스코퓨처엠은 LFP에 망간을 넣은 LMFP 양극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하면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며 “리스크 분산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라도 국내 업계가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뮌헨=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