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6일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됐다”고 발언한 뒤 여권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물가가 안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부담이 큰 만큼 미국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권 시장에선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금리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20일 국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오는 27일 2차 전체회의에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을 불러 서민 금리 부담 문제 등을 논의한다. 민생경제특위 위원장은 김상훈 의원으로 21대 국회에서 기획재정부와 한은을 소관 부서로 하는 기획재정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냈다. 이날 회의엔 유상대 한은 부총재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등 차관급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측은 이번 회의가 중앙은행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요청이 와 참석하기로 했다”며 “금리정책 향방에 대해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성 실장 발언 이후 한은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민 경제의 가장 핵심이 금리 문제인 것을 직시해 이 문제에 당과 정부가 나섰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당권 주자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썼다. 국민의힘 ‘경제통’인 송언석 의원도 14일 입장문을 내고 “미국이 이르면 9월, 늦어도 11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채권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이날 서울 채권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4%포인트 오른 연 3.196%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전날(연 3.162%)보다는 금리가 올랐지만 최근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이날 3년 만기 금리는 지난 10일 연 3.353%에 비해 0.157%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지난달 3일(연 3.50%) 이후 한 달 넘게 기준금리(연 3.50%)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19일 보고서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정치적 압력에 반발하지 않았다”며 “한은이 더 빨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100%”라고 밝혔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60% 정도로 봤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