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6·25전쟁이 끝난 직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암울한 시기였다. 최빈국 중 하나이던 한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이런 기적 같은 도약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기업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기업을 이윤 추구에 급급한 이기적 집단으로 바라보는 반기업 정서 역시 적지 않다. 기업이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과 사회 번영을 이끌어왔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 기업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에 대한 깊은 통찰이 부재했기 때문은 아닐까?
기업은 계몽시대 이후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사회의 부(富)를 창출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단순히 물질적 풍요를 넘어 국가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기술 혁신 등 다방면에서 사회 번영의 근간이 돼왔다. 기업 없는 번영은 생각할 수 없다. 기업은 사회를 먹여 살리고 작동시키는 심장이고 엔진이다.
사회 발전을 견인하는 기업의 힘은 불굴의 정신과 창의적 혁신에서 비롯된다. 헨리 포드, 스티브 잡스, 정주영, 이병철과 같은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와 관성에 맞선 혁신적 사고로 새롭고 유익한 가치를 창조했다는 것이다. 모든 경제 부흥의 동력은 기업이고, 그 바탕은 창의적 혁신의 기업가정신이다.
창의적 혁신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나침반을 갖췄을 때 올바른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은 경제에 뿌리를 내리고 사회를 향해 열매를 맺는다. 기업 경영의 동기는 이윤 추구라는 이기로부터 발원하더라도, 그 성과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가에게는 사회의 자원을 실용적 가치로 전환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기업가의 능력은 그대로 책임의 크기와 같다. 기업가의 능력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 기업가의 지식도 자원도 모두 세상으로부터 온 것들이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기업의 존재 이유는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키우고 세상을 바꾸는 데 있다. 그것이 모든 기업의 소명이자 모든 기업가의 카르마(業)이다.
기업가정신은 비전이나 이념에 머물지 않고 경영의 실제(practice)로 구현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미래 가치는 현재의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업가는 현실을 걸어서 이상이라는 하늘을 향해가는 ‘현실적 이상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현실에 발 디디지 않은 이상은 공허하고, 이상 없는 현실은 허무하다. 현실을 통해 이상에 다가가므로 ‘걸어서 하늘까지’가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