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아파트를 매수한 비율이 2년7개월 만에 40%대를 돌파했다. 서울 전셋값이 1년 넘게 고공행진하고 집값이 1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연 1%대 신생아특례대출 상품이 나오면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는 움직임도 속속 나타난다.
○서울 생애 최초 매수자 42.8%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법원등기정보에 공개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매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매 중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이 42.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35.0%)보다 7.8%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율이 40%를 웃돈 건 2021년 10월(41.2%)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서울 지역에서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은 2023년 1월 24%였고 그 후에도 30% 안팎을 유지했다. 올해 1월 29.5%, 2월 34.6%, 3월 37.2% 등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애 최초 주택을 장만한 비율이 높아진 데는 최저 연 1%대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출시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월 말에 나온 신생아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을 연 1.2~3.3%의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당초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원보다 낮아야 신청할 수 있었는데, 올 하반기부터 2억원, 내년부터 3년간은 2억5000만원으로 소득 기준이 상향된다.
이 상품은 생애 최초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생애주기상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들어 매수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30대(30~39세)가 가장 많다”며 “그만큼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집값 더 오르기 전에 매수”서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매수 심리가 개선된 영향도 크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15% 오르며 1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폭이 확대되거나 유지됐다. 성동구(0.35%)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고 서초구(0.31%) 용산구(0.24%) 송파구(0.23%)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용강동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전용 59㎡는 이달 16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같은 면적이 14억7000만~15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한 달 새 1억원 올랐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17% 오르며 57주째 뜀박질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역세권, 새 아파트 등 수요가 많은 단지는 여전히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대기 수요가 기존 아파트 단지로 이전되며 전체 지역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전셋값 오름세를 이유로 실수요자가 매수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 한때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차주)이 주도하던 매수세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늘고 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몇 개월째 동일하다”며 “상당 부분 실수요가 움직이는 것이어서 가격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한명현 기자 summit@hankyung.com